지역경제·저출산 국복 위해 공정한 경쟁 중요
[HBN뉴스 = 이동훈 기자] GS리테일의 대표 PB 상품인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을 둘러싼 원조 논란과 갑질 의혹이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북 지역 중소기업인 오모가리글로벌은 대형 유통사의 견제로 11년간 시장 진입이 좌절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GS리테일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양측의 진실 공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사태는 개별 기업 간의 분쟁을 넘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중소기업의 현실과 상생 과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모가리글로벌은 지난 10월 29일 GS리테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소 이유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과 경쟁사 제품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생산 방해 행위 등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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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25 [사진=GS] |
오모가리글로벌은 OEM 제조사 관계자들의 녹취 4건과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20여 건의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사건은 ‘거래상 지위 남용 및 거래 방해 행위’로 공정위에 정식 접수됐으며, 사건번호는 ‘2025-10-29-공정-137호’다. 공정위는 현재 예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GS리테일 측은 이에 대해 “해당 상품 출시와 관련해 타 업체의 활동을 방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앞으로도 그런 행위를 할 의사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관련 제조사와의 확인 결과에서도 방해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분쟁의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유통 대기업과 중소 제조사 간의 비대칭적 권력 구조 때문이다.
PB 상품이 유통사의 수익성 제고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제조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판로를 쥔 유통사에 종속되거나 성장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수는 약 804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종사자 수는 약 1895만 명으로 전체 고용의 81.0%를 담당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볼 때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이자 고용 창출의 핵심 동력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과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독일과 일본이 장기 불황과 경제 위기 속에서도 버티는 힘은 탄탄한 중소기업, 즉 ‘히든 챔피언’에서 나온다.
일본의 경우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등 대체 불가한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대기업이 완성품을 만들더라도, 그 근간이 되는 기술적 토대는 중소기업이 받치고 있는 구조다. 이는 한국이 지향해야 할 산업 생태계의 모델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단순히 경제 지표 개선에 그치지 않고, 당면한 사회 문제인 저출산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심각한 저출산 기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극심한 임금 격차와 고용 불안정에 기인한 바가 크다.
현실적으로 모든 중소기업이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임금 경쟁력의 한계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강화와 기업 문화 개선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 전북 지역에 기반을 둔 오모가리글로벌과 같은 지역 중소기업이 성장 사다리를 타고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고 국토 균형 발전을 꾀할 수 있다.
GS리테일 사태는 아직 ‘의혹’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을 넘어 국가 경제의 성장판인 중소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행위가 된다.
국내 기업의 9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나머지 0.1%의 대기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정부와 유통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닌 혁신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이번 논란이 진실 규명을 넘어, 건전한 기업 생태계 조성과 지역 상생을 위한 사회적 논의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오모가리글로벌은 롯데그룹의 도움으로 12월 롯데마트·롯데슈퍼 전국 약 140개 매장에서 ‘3년 숙성 오모가리 김치찌개라면’을 출시했다.
업계 전문가는 “국가 전체의 혁신 동력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거래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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