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 판결이 남긴 경고...바이오 업계 R&D 회계도 투자판단 정보

이필선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3 11: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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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비 무형자산 처리로 영업손실이 이익 기재
대법원, 회사·임원에 소액주주 손해배상 책임 인정

[HBN뉴스 = 이필선 기자] 차바이오텍 판결로 바이오 상장사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와 공시 과정에서 요구되는 입증 책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영업손실을 영업이익으로 기재한 회사와 임원에게 투자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개발비 자산화의 객관적인 근거와 공시 검증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차바이오컴플렉스 연구소. [사진=차바이오텍]

 


대법원 민사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차바이오텍 소액주주 12명이 회사와 당시 임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 6월 5일 확정했다. 회사와 임원들이 주주들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약 11억9500만원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2017년 반기보고서와 3분기보고서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신약의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이에 따라 두 보고서에는 각각 약 11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기재됐다.

외부감사인은 2018년 3월 무형자산 인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연구개발비까지 자산으로 계상됐다며 감사의견 ‘한정’을 냈다. 당시 해당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반영하면 차바이오텍은 2017년 약 8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4개 사업연도 연속 적자가 되는 것으로 산정됐다.

같은 해 8월 재작성된 재무제표에서는 2017년 영업손실이 약 47억4000만원으로 최종 정정됐다. 차바이오텍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무형자산과 연구개발비 등을 수정한 정정 사업보고서도 공시했다.

한국거래소는 규정에 따라 2018년 3월 23일 차바이오텍 주식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관리종목 지정 전날 3만3850원이던 주가는 지정 당일 2만3700원, 다음 거래일에는 1만9700원까지 하락했다.

주주들은 2017년 반기보고서와 3분기보고서의 영업이익 거짓 기재를 신뢰해 주식을 매수한 뒤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차바이오텍 측은 당시 회계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배상책임을 부인했다.

1심과 2심은 회사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은 차바이오텍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 허용하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범위를 넘어 무형자산을 과대 계상했다고 판단했다. 영업이익과 영업손실을 잘못 기재한 부분도 자본시장법상 거짓 기재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회사와 임원들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반기·3분기보고서의 거짓 기재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투자자들이 각 보고서와 첨부 재무제표를 사실로 믿고 주식을 취득했다는 판단도 받아들였다.

배상책임은 투자자 손실의 30%로 제한됐다. 법원은 주식시장과 바이오업계의 변화 등 잘못된 공시 외의 요인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했다.

이번 판결이 모든 바이오기업에 임상 3상 단계부터만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타당한 근거가 있다면 기업이 개발비 자산화 시점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법원도 임상 단계만으로 책임을 판단하지 않았다. 차바이오텍이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면서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했는지를 살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바이오 상장사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근거와 공시 절차를 다시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때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 회계기준 충족 여부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하고, 외부감사와 공시 과정에서도 관련 근거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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