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AI 시대, 공공기관의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가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6-16 09: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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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N뉴스 = 편집국] 최근 정부와 공공기관의 화두는 단연 ‘AI 전환(AI Transformation)’이다. 생성형 AI 도입, 디지털 행정혁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각 기관은 앞다투어 인공지능 활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챗봇 민원 응대,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록 자동 정리, 데이터 분석 자동화를 혁신 사례로 내세우며 AI 시대에 발맞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임욱빈 한성대학교 교수. [사진=HBN뉴스]

 

그러나 현장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조직 운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지금의 AI 혁신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디지털 전환 흐름에 형식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AI 기술 자체보다,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방식과 제도가 함께 바뀌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상당수 공공기관의 AI 도입은 업무 방식의 근본적 재설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행정 업무 자동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조직 구조와 인력 운영 체계는 여전히 과거 방식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AI를 도입했다는 계획과 실적은 빠르게 쌓이지만, 실제로 어떤 업무가 줄었는지, 어떤 일을 새로 할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사실 AI의 본질은 단순한 업무 보조가 아니다. AI는 결국 사람이 하던 반복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AI 도입 이후 뒤따라야 하는 것은 업무 프로세스의 재설계와 조직 구조·인력 운영 방식에 대한 재정비다. 어느 업무를 줄이고, 어떤 인력을 다른 영역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공공부문은 이 지점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배경에는 공공기관의 특성이 있다.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효율성 못지않게 안정성과 고용 유지 기능이 중요하게 작동하는 구조다. 인력 감축이나 조직 개편은 곧 노사 갈등과 정치적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관들이 AI를 도입하면서도 기존 인력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는 ‘병행 체제’를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AI의 효과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AI 도입으로 일부 업무는 줄어드는데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 유지되면, 생산성 향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줄어든 업무만큼 새로운 보고와 관리 업무를 만들어 채우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해 보고서 작성 시간을 단축했지만, 그 결과 AI 활용 실적을 체계적으로 관리·보고하기 위한 추가 자료 제출과 새로운 지표 관리가 늘어나 직원들의 체감 업무량은 오히려 크게 줄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AI가 행정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보다, 일정 부분 ‘AI 관련 업무’를 덧붙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공공기관의 평가체계를 돌아보게 된다. 지금 상당수 공공기관 평가는 법령과 규정에 따른 절차 준수, 정량 실적, 계획·보고서 작성 등 문서 중심의 지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공공성을 담보하고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현장에서는 실제 조직 효율화·업무 축소 그 자체보다는, 관련 계획 수립과 추진 실적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증빙할지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AI 도입 역시 본질적 업무 혁신 수단이라기보다, 혁신 노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항목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평가 방식이 잘못되었다기보다, AI 시대에 맞게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사람 수, 절차, 문서 중심의 지표에 더해, “AI를 통해 어떤 업무를 줄였는지”, “어떤 서비스의 품질이 실제로 개선되었는지”, “동일 인력으로 얼마만큼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어냈는지”와 같은 결과 중심의 지표가 보다 비중 있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관들이 AI 도입 자체보다, AI를 활용한 업무 축소와 인력 재배치, 서비스 향상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무겁다. AI 기술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행정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단순 민원 응대뿐 아니라 회계 처리, 계약 검토, 데이터 분석, 정책 초안 작성 등 상당수 사무직 업무가 자동화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민간기업에서는 AI 도입 이후 신규 채용 규모를 조정하고, 조직 구조를 재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부문은 성격이 다르다. 공공기관의 역할에는 단순 효율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 포함되어 있고, 고용 안정도 중요한 가치다. 그렇다고 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한 논의를 계속 미루기는 어렵다. 특히 재정 여건이 한층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인력을 유지했는가’뿐 아니라 ‘동일 인력으로 얼마나 나은 서비스를 제공했는가’를 함께 묻는 평가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다. AI 시대 공공기관에 필요한 것은 ‘인력 감축’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에 가깝다. 반복 행정업무를 AI와 시스템이 담당하도록 하고, 그만큼의 인력을 국민 체감 서비스, 정책 기획, 현장 대응, 사회적 가치 창출 등 사람의 역할이 더 큰 영역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평가체계도 기존의 양적 실적 위주에서 실제 문제 해결, 생산성 향상, 국민 만족도 개선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AI 도입 자체는 이제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상용 솔루션과 클라우드 인프라만으로도 상당 부분 구현이 가능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에 맞게 조직과 인력, 그리고 평가와 예산 시스템을 함께 조정해 나가는 일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을 전제로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그 변화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사람은 그대로 둔 채 AI만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기대하는 만큼의 혁신과 재정 효율화를 이루기 어렵다.

 

공공기관이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질문은 “AI를 도입할 것인가”를 넘어서, AI 시대에 맞는 조직과 역할, 그리고 그것을 측정하고 지원하는 평가체계를 어떻게 함께 설계할 것인가 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공공부문의 인력 운영과 평가 방식을 차분히 재점검하고,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갈 방향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글쓴이 임욱빈 교수> 


- 현 한성대학교 비즈니스컨설팅학과 교수(학과장), ESG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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