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본과 노동 두 축에서 동시 시험대
[HBN뉴스 = 박정수 기자]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세제개편안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증시 충격과 정치권 반발을 감안해 결국 철회했다.
15일 기획재정부는 “투자자·전문가 의견과 여야 협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현행 유지 결정을 공식화했다.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줄고 증시 안도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세 형평성과 세수 확충이라는 애초 명분이 두 달 만에 사라지면서 정책 신뢰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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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사진=기획재정부, 연합뉴스] |
당초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낮출 경우 과세 대상이 대폭 확대돼 세수 증가가 기대됐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세수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번복이 자본시장 안정에는 단기적 효과를 내겠지만, 향후 세제 개편 논의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노란봉투법’과의 대비가 거론된다. 중산층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대주주 기준은 철회했지만,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10일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노동계·경영계·정치권의 극한 대립 속에서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시장 충격을 이유로 정책 선회를 한 정부가 노동 현안에는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노동계는 “투자자 민심은 의식하면서 노동자 권리 보장은 외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결정 과정은 단기적 안정을 우선한 임시 처방에 가깝다는 평가다. 자본시장에서는 ‘정책 신뢰성 훼손’이, 노동시장에서는 ‘노동 입법 이중 잣대’가 부각되며 정부는 자본과 노동이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시험대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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