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한국 아연 주권 포기 배신 행위 중단하라"

박정수 기자 / 기사승인 : 2025-12-15 13: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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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제련소의 ‘쌍둥이 공장’ 미국 건설 배임, 핵심 시설 졸속 해외 이전 반대
미국 제련소 직접투자 아닌 고려아연 지분 투자는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구조

[HBN뉴스 = 박정수 기자] 고려아연 경영진이 임시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 중인 것으로 15일 보도됐다. 이런 가운데 회사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 이사들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이토록 중대한 안건에 대해 사전 보고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최윤범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글로벌부문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고려아연]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사회 당일 현장에서 제한적으로 해당 사실을 접하게 됐고 이는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심각한 절차적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외교·통상 당국과 고려아연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남동부에 10조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립한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와 기업도 직접 2조원 규모의 투자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는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요구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미국 제련소 투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보도 내용 검토 결과, 이번 안건은 미중 패권 경쟁 심화라는 엄중한 시기에 회사의 사업적 필요성보다 최윤범 회장의 개인적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국 핵심 전략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먼저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가 아닌 고려아연 지분에 투자하는 것은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구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상적인 사업 구조라면 투자자는 건설될 미국 제련소(프로젝트 법인)에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번 안건을 굳이 고려아연 본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제련소 건설에 미국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면 제련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이익은 물론, 고려아연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구조라는 게 영풍과 MBK파트너스 설명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미국 정부에 내어주는 것은 자금 조달이 주목적이 아니라, 의결권을 확보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 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고려아연이 1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금과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도, 정작 알짜배기 지분 10%를 미국 투자자들에게 헌납하는 기형적인 구조"라며"이사회의 배임 우려는 물론 개정 상법상 이사의 총주주충실 의무에 반할 소지가 크다. 더욱이 설계부터 완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대규모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당장 지분을 희석시키면서까지 급박하게 자금을 조달할 경영상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다음으로 투자된다는 미국 정부 투자금의 진짜 정체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 경영진이 미국 정부가 합작법인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취득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정부 기관이 해외 민간 기업에 대해 합작법인을 통한 ‘우회 출자’ 방식을 택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 자금이 순수 투자인지, 아니면 미국 정부를 방패막이 삼아 급조된 자금인지 그 실체를 묻지 않을 수 없다"라묘"프로젝트가 아닌 본사 지분을 노리는 투자는 ‘경영상 필요’가 아닌 ‘경영권 방어’가 목적임이 명백해 최윤범 회장의 개인적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경제 안보와 주주 가치를 맞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울산 제련소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제련산업 공동화는 물론 핵심 기술 유출 위험까지 초래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연을 비롯,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하는 전략 광물은 대한민국 경제 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으로 보도 대로라면 미국에 짓겠다는 제련소는 울산 온산제련소 생산능력에 상당 수준 육박하는 거대 규모로 추정했다. 

 

이들은 "국내 생산해 수출하던 물량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내산 광물의 ‘수출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며"축적된 고려아연의 독보적인 제련 기술이 합작이라는 미명 하에 해외로 유출되는 것 또한 불가피해 갑자기 임시이사회를 열고 급하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신중하고 철저하게 사업성을 검토해 주주와 국가 경제에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라는 사익을 위해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는 결단코 용인될 수 없다.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업적 실체를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며"고려아연이 주주와 국가 경제를 위한 기업으로 남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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