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투자, 이 대통령 "요구대로 수용불가" VS 트럼프 "선불"...평행선

박정수 기자 / 기사승인 : 2025-09-26 08: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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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간 입장차만 확인, 협상 장기화 배제 못해
한국 "통화스와프, 대출·보증", 미국 "일본식 선불"

[HBN뉴스 = 박정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 관세협상과 관련 3500억 달러(한화 약490조원)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무역 합의에 따라 선불로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국간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어 협상 장기화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합의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 후 "관세와 무역 합의 덕분에 한 사례에서는 9500억 달러(EU 사례)를 확보하게 됐는데, 이전에는 전혀 지불하지 않던 금액"이라며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5500억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미 투자 패키지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이행하느냐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첫 양국 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이나 구체적인 발표에 합의하지 않았음에도 대통령실은 "합의가 필요 없을 만큼 협상이 잘 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 

 

한국은 대출과 보증을 통해 투자한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미국은 한국에서 달러 현금을 받아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투자 이익도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등의 '일본식'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제공할 경우 한국이 상당한 외환 리스크를 지게 된다는 점에서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63억 달러로, 3500억 달러는 이 중 84%에 달하는 규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들어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 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대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미국 요구대로) 그대로 합의했다면 탄핵 당했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탄핵'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 대통령이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달러를 인출하고 이 모두를 미국에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22일 보도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과 관련해 "데드라인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월 31일과 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 간 만남이 협상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경주 APEC이 중요한 계기이고, 양국 정상 간 미팅이나 면담은 당연히 있을 것"이라며 "협상팀에서도 이러한 국제행사를 중요한 기회로 인식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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