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편집국]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처음 보는 누군가를 어디서 본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영화 <파묘>의 인기와 더불어 지난 2002년 출간된 <빙의>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빙의>는 한국불교법성종의 큰스님인 묘심(妙心) 종정이 K-컬처의 주역으로 ‘오컬트’를 이미 오래 전에 내다봤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다음은 묘심(妙心)종정의 지면(紙面) 설법 그 열네 번째 “혼돈의 대한민국,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빙의란 무엇인가”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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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정사. |
을사년(乙巳年) 연녹색 비단뱀의 해가 밝아오고, 민족의 큰 명절 설 연휴에도 마음이 편하지 못한 국민들, 혼돈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유독 빙의를 호소하는 중생들이 기하급수로 늘고있어 빙의의 실체를 소개하려 한다.
2002년 필자는 베스트셀러 <빙의>에서 ‘얼음 빙’ ‘의탁할 의’라는 글자로, 얼음 위를 말을 타고 달리는 이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태를 형상화한 ‘憑依’라는 단어를 대중에게 소개하였다. 이후 빙의라는 말은 일상용어가 되어 곳곳에서 인용되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계에서는 빙의 현상을 ‘포제션(possession)’이라 명명하며 영적 건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빙의는 영혼이나 강력한 힘, 혹은 절대적인 신의 영향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인격이 나타나 평소의 그 사람의 행동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질병을 일컫는다.
- 빙의
① 형체가 없는 무엇에 의하여 스스로 자신을 지탱할 수 없어 남에게 기대어 의지하고자 하는 것.
② 어떤 강한 힘에 지배되어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타(他)의 힘에 조종되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현상.
③ 예기치 않은 뜻밖의 현상이나 형체(공동묘지나 상엿집, 시체 등)를 목격하였을 때 일시에 음습한 기운 즉 음기(陰氣)나 귀기(鬼氣)가 엄습하여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등골이 오싹해지거나 간담이 서늘해지고 머리가 쭈뼛해지며 사지에 힘이 쭉 빠지고 온몸이 오그라들며 다리가 후들거려 꼼짝달싹을 못 하고 귀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내는 등의 이상 현상.
④ 자기 몸 안의 정기(精氣)보다 강한 사기(邪氣)나 살기(殺氣)가 충만한 곳에 갔을 때, 순간 정기가 이에 눌려 갑자기 어지러운 현기증을 느끼는 것. 또는 이런 장소에 오래 머무르게 되어 정기를 빼앗기고 사기(邪氣)와 살기(殺氣)가 충만해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심(正心)이 탐심(貪心), 역심(逆心)으로 바뀌어 올바른 사고력과 판단력을 상실해 공명정대하지 못하게 되며, 그로 인해 항상 의(義)보다 이(利)를 먼저 생각하고 배신과 모반을 일삼는 비굴한 짓을 하고, 바르고 얌전했던 성품과 성정이 갑자기 포악무도해지거나 광기 어린 행동을 하는 것.
육신을 잃은 혼백(영혼)이 유주무주(有主無主) 고혼이 되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인연처를 찾아 우주법계를 떠돌다가 혼백이 머물기에 적당한 장소나 사람을 만나게 되면 미혹하고 싸늘한 영체를 그곳에 숨기게 된다. 그로 인해 영체(靈體)가 들어간 장소는 흉지(凶地), 흉가(凶家)가 되게 마련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 또한 귀신에 홀린 상태가 되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게 된다.
또한 사람의 몸에 직접 유착되면 유착된 사람은 발작을 일으키거나 황폭한 성격으로 변하여 심지어 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외롭고 차갑고 고통스러운 영혼들이 오갈 데 없는 귀신이 되어 인연 따라 들러붙어 이상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가리켜 주로 ‘빙의’라 말한다.
빙의 현상에 걸리는 것은 자연적으로는 귀기(鬼氣)가 붙거나 사기(邪氣)나 살기가 유난히 강하게 작용하는 환경 속에 멋모르고 들어갔을 때 주로 걸리지만, 물질과 과학 만능 시대가 된 요즈음은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근래에는 인위적인 현상에 의한 빙의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마약으로 인한 환각·환청 상태에 빠지는 일, 장시간 컴퓨터를 접하는 데서 발생하는 만성 피로·정신 장애도 역시 빙의 현상이라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빙의 현상이 부쩍 늘어만 가는 추세다. 이 같은 약물과 전자파에 의한 빙의 현상은 청소년층에도 만연되어 확산일로에 있으니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외모에 대한 왜곡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성형에 중독되는 것도 빙의의 한 형태이다.
빙의의 세계는 광범위하여 잠시 방심하는 순간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빙의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비방이 있다면 그것은 단 하나 ‘정신을 강하게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신(神) 중에서 귀신도 무서워 범접을 못 하고 도망간다는 신이 있으니 그 신은 다름 아닌 산 사람의 강한 정신(精神)이다. 평소 심신을 다스리는 데 게을리 하지 말고 강한 정신의 소유자가 된다면 그에게 결코 ‘빙의’는 없다.
그러나 시시각각 급변하는 현대 사회를 숨고르기 할 시간도 없이 살아내다 보면 이러한 정신을 소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빙의가 급증하는 것이다.
세계 보건 기구인 WHO에서 정신 질환 등에 ‘영적 치료’라는 단어를 삽입했을 만큼 빙의는 전세계적인 질환이 됐다. 이는 환자들의 몸속에 들어간 혼백, 즉 귀기를 다스리는 데 현대 의학이 한계를 느낀다는 점을 인정한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를 찾은 많은 빙의 환자들 중 종교적 영적 치료와 병원 치료를 겸했을 때 병이 호전돼 정상인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빙의의 대표적 자각 증상은 밤에 공부를 하거나 TV를 볼 때 섬칫 섬칫 주변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소름이 돋는 것. 또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의 전환이 어려우며 건망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악몽에 시달리게 되는데, 대개는 가족 중 죽은 사람들이 자주 나타나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꿈을 꾸고 뱀이나 개, 고양이, 갓난아기 등이 보이기도 한다.
이와 함께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자더라도 가위에 눌려 늘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따르며 시력이 저하되고 눈이 시리며 따가운 증상도 동반한다. 심한 경우 이명이 들리거나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빙의는 행동의 변화를 수반한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으며 의욕을 상실한 채 타인과의 대화를 회피하거나 반대로 쓸데없이 필요 이상의 말을 계속할 때도 있다. 또 혼자말을 자주 하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띠기도 한다.
성격도 바뀌어서 온순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해 포악해진다.
아이의 경우, 부모의 말에 강하게 반발하고, 부모를 때리거나 욕도 한다. 매사에 의심과 경계를 앞세운다. 또 옷을 갈아입지 않거나 지나치게 자주 몸을 씻는 경우도 있으며 폭식과 거식 증세가 교차한다.
빙의가 되면 신체적인 변화도 생겨난다. 아무런 이유 없이 불안, 초조해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숨이 거칠어진다.
매사에 안절부절 못하며 그 눈빛에는 광채가 나지만, 얼굴은 핏기를 잃어 피부가 창백하여 흡사 송장의 모습과 같다. 결정적으로 눈동자가 유난히 흰빛이나 푸른빛을 띠고 체중이 감소한다.
또한 잡귀는 늘 무언가에 굶주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빙의 환자 역시 음식을 걸귀처럼 먹는다. 그러나 먹은 것을 온전히 소화 시키지 못하여 구토 증세를 보이며, 현기증, 두통을 호소한다.
이런 온갖 증상에도 불구하고 병원 검사 소견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 또한 빙의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상의 증상들을 보이면 일단 빙의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일단 빙의가 되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워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하므로 항상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빙의는 참으로 다양한 증세로 나타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빙의라 의심되면 빠른 시일 내에 가족들의 관심과 배려로 정상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절대로 난폭하게 다루거나 책망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BBC 방송에서도 빙의에 있어 영적치료의 대가로 소개한 바 있는 필자가 머무는 이 곳 자비정사에서는 영산재와 천도재 그리고 구병시식 등의 의식을 통해 병환자에게 빙의된 영혼을 천도한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 시기를 놓이면 살리고 싶어도 이미 소중한 이를 잃고 마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한다.
구병시식은 환자를 병으로부터 건져내는 의식이다. 병원에서 여러가지 의학적인 방법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더라도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는 대개 병의 원인이 바이러스나 병원균이 아니고 다른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에 환자의 몸에 귀신이 붙어 병을 앓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 환자의 몸에 붙어 해를 끼치는 귀신을 쫓아내서 환자가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병시식이다.
귀신이 존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 우주 공간에는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부처님의 육도윤회설에 비추어 보더라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면 어떠한 혼령이 문제를 일으키는가? 일단 죽은 후에 다른 곳에 윤회하지 못하고, 무주고혼으로 허공계를 헤매는 영가가 문제라고 판단된다.
인간은 육신을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사람이 죽은 후에 육신은 사라지지만 살아있을 때 육신을 ‘나’라고 집착하고 살아왔던 것처럼, 자신의 살아있을 때의 형상과 같은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니 생전에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따라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한다.
죽은 뒤 49일만에 바로 윤회해서 인간계나 다른 세계의 중생으로 태어났다면, 불완전하지만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생명체로 윤회하지 못하고 중간세계의 중음신으로 머물고 있다면, 이는 무주고혼이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하여 후손에게 천도하여 주기를 바라거나 자신이 머무를 곳을 찾게 마련이다.
이런 무주고혼이 된 영혼들은 자신과 인연 있는 후손들이나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들을 찾아간다.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거나 여러가지 조짐을 통해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자신을 구제하여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후손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결국 자신의 마지막 수단으로 직접 후손들의 몸에 의탁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빙의현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무주고혼의 접촉을 당한 사람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병원에서 진단을 해보면 의학적으로는 별문제가 없는데도, 여전히 몸이 아픈 현상을 수반하게 된다. 분명 본인은 죽을 듯 아프고 힘든데 주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문제다.
‘구병시식’이야말로 빙의로 인해 삶이 무너진 이들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영적 수술> 이라 할 수 있다. 하여 매일 이러한 영적인 수술을 하고 있는 필자는 오늘도 빙의 환자들의 소리없는 울부짖음을 들으며 밤잠을 설친다.
불교의 화엄 사상을 잘 드러내는 법계도에서, 화엄의 최고경지인 해인삼매(海印三昧)를 물결 없는 넓은 바다에 비유하여, 바다에 풍광이 그치면 모든 형상이 온전히 비치듯 법계 실상을 본래 모습 그대로 자각할 수 있는 상태를 설하였다. 부처의 삼매 속에 한량없는 세계가 남김없이 비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다가오는 2월3일 입춘이 지나면 지혜가 출중하고 유순한 초록뱀의 기운이 따스한 봄빛과 더불어 대한민국 곳곳을 비춰 일체 만물이 본래의 모습으로 자비 광명 속에 평안하기를 서원한다.
■ 북한산 한국불교 법성종 자비정사 종정 묘심. 필명 묘심화.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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