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경그룹, 상장사 3곳, 비상장사 10곳 거느린 제조업 기반 중견그룹
[하비엔뉴스 = 이정우 기자] 산업용 기초소재 전문 중견그룹인 태경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태경산업이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가운데,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 출신 인사의 고위 임원 영입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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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도로공사 |
태경그룹(회장 김해련)은 상장사 3곳, 비상장사 10곳을 거느린 제조업 기반의 중견그룹으로, 주로 석회, 탄산가스 등 산업용 기초소재를 개발·제조한다. 이 중 지주사인 태경산업은 본업 외에도 전국 고속도로 곳곳에서 휴게소 및 주유소를 운영하며 '알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태경산업은 문막, 군산, 함평, 홍천강, 서산 휴게소와 경부고속도로 천안 주유소, 당진영덕고속도로 청송 주유소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문막, 군산, 함평, 홍천강 휴게소 등은 2012년 4월 1일자로 도공으로부터 운영권을 인수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철도보다 고속도로 교통량 분담이 많은 국내 특성상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은 불황을 거의 타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힌다.
휴게소 사업은 도공이 업체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한번 운영업체가 선정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게소 내 입점 업체들로부터 매출의 최대 5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 덕분에 빠르면 1~2년 안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며, 매출에서 판매관리비를 뺀 대부분이 영업이익으로 직결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코오롱, SPC 등 대기업은 물론 재향군인회까지 약 70여개의 업체가 휴게소 운영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알짜 사업 이면에는 도공 출신 인사가 휴게소 운영업체의 고위 임원으로 영입되는 관행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도공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론하며, 도공 출신 인사가 '영입 0순위'로 통하는 '전관예우'가 업계에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태경산업에서 휴게사업PG 대표를 맡고 있는 신OO씨 역시 도공 인천지사장을 지내다 영입된 사례로 전해졌다. 이러한 도공 출신 인사의 타 업체 전직 사례는 업계 전반에 걸쳐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도공 측은 "직원의 퇴직 후 전직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공직자 윤리법 등 관련 법상 취업 제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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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 계약을 둘러싸고, 도공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퇴직 공직자를 영입하는 관행이 업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지적은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용 기초소재 기업인 태경그룹이 코스닥 상장사 라이온켐텍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한 가운데, 자기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차입에 의존한 인수 방식과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태경그룹은 지난달 25일 라이온켐텍 인수를 종결하는 과정에서 전체 인수대금 1282억원 중 87%에 달하는 1000억원 이상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인수 주체인 코스닥 상장사 태경케미컬과 태경비케이는 각각 라이온켐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태경케미컬은 라이온켐텍 지분 21.32%를 492억원에 인수하면서 이 지분을 담보로 신한은행에서 400억원을 차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태경산업이 태경케미컬에 48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섰고, 태경비케이 역시 라이온켐텍 지분 34.26%를 790억원에 인수하며 이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720억원을 빌렸다. 결과적으로 태경그룹 계열사가 이번 인수에 직접 투입한 자기자금은 162억원에 불과하다.
태경그룹 측은 태경케미컬과 태경비케이가 그동안 부채비율이 한 자릿수 수준으로 외부 차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원활한 회사 운영을 위해 적당한 레버리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금융 과정에 참여한 은행들이 김해련 회장과 정치권의 고위 인사와 특수 관계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러한 소문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당시부터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관계가 조명된 계기는 지난해 10월 윤 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행 경제인단 중 김 회장은 여성 중견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으며, 김 여사가 김 회장을 적극 추천해 명단에 올랐다는 후문이 돌았다. 실제 사우디 방문 기간 중 공개 석상에서 두 사람이 가까운 모습을 여러 번 연출하기도 해 업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렇듯 거액의 차입을 통해 라이온켐텍의 인수를 단행한 태경그룹의 경영 전략과 함께,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정치권의 고위 인사와의 특수 관계에 대한 소문은 이번 라이온켐텍 인수 과정을 둘러싼 '뒷말'을 더욱 무성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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