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說-4] 묘심 종정, “간절한 기도는 꿈으로도 반드시 사람을 살리더라”

편집국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3 1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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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뉴스 = 편집국] 우리가 살아 가는 일상 속에서 처음 보는 누군가를 어디서 본 듯 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 영화 <파묘>의 인기와 더불어 지난 2002년 출간된 <빙의>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당시 베스트 셀러에 올랐던 <빙의>는 한국불교법성종의 큰스님인 묘심(妙心) 종정이 K-컬쳐의 주역으로 ‘오컬트’를 이미 오래 전에 내다 봤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묘심(妙心) 종정의 지면(紙面) 설법 그 네번째 "가피(加被)" '꿈'에 대하여 연재한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국화꽃 향기가 짙어지는 가을이 시작됐다. 산사에도 고추잠자리가 푸르른 창공을 날아다니고, 풀벌레 소리도 들려오니 곧 중추가절(仲秋佳節) 한가위가 가까워짐을 실감한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자비정사.

 

현대 심리학의 선구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그의 정신분석이론을 통해 꿈을 무의식으로 도달하는 왕도로 보았다. 그는 꿈을 분석해 무의식의 욕망과 갈등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내담자의 꿈의 의미를 밝혀내는 과정을 중시했다. 불가에서도 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피(加被)란 산스크리트어 ‘adhisthana’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간절한 기도를 통해 부처님 또는 불보살님이 중생에게 기도나 원력을 이루게 하는 힘을 뜻한다.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거나, 불보살님이 불가사의한 힘을 부여해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다. 하여 가피는 곧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 가피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가 있다. 지극한 기도가 인연이 돼 현실에서 직접 영험을 받는 현증가피(顯證加被), 꿈 즉 예지몽(豫知夢)을 통해 불보살님이 나타나 소원을 이뤄주거나 곤경에서 벗어나게 하는 몽중가피((夢中加被), 현실이나 꿈에서의 징조는 없으나 생각만 하면 그대로 이뤄지는 명훈가피(冥熏加被)가 있다.

 

이러한 가피는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간절한 기도 정진이 선행돼야만 한다. 중생이 가진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의 탐진치 삼독을 비우면 그만큼 부처님의 복덕이 채워지기 마련이다. 

 

타고난 복이 없어도 선근공덕이 쌓이면 복을 받는 것처럼, 기도와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수행 정진하면 언젠가는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세세생생 내 자손까지 그 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여 해마다 추석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꿈에 대한 일화가 있어 소개하려 한다.

 

일본을 강타한 최악의 쓰나미가 있던 2011년, 유난히 꿈을 자주 꾸는 한 여인이 있었다. 평소 신심이 좋아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아 영이 맑다는 말을 자주 듣던 그녀는 쓰나미가 있던 당일 새벽 꿈속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닷가에 있었다고 했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산보다 높은 검은 물이 넘실대다 큰 해일이 되어 방파제를 덮치고 그 물은 전봇대와 차량, 집들을 집어삼키듯 무서운 속도로 밀려와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고, 사람들이 물 속에 잠기는 아비규환 중에도 그녀는 온 몸으로 그 바닷물을 막아내다 흠뻑 다 젖은 채 잠에서 깼다고 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별하기 힘들만큼 참혹한 아수라를 경험한 그녀는 얼핏 꿈에서 본 간판이며 이정표, 차량 번호판 등이 일본어였던 것이 떠올라 일본 유학 중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자 sns로 좀전에 이러이러한 꿈을 꿨는데 일본처럼 보여서 걱정된다고 보냈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소상히 꿈 이야기를 했고, 평소에도 그녀가 예지몽을 자주 꾼다는 걸 아는 친구는 사실 바닷가 마을로 답사를 가려고 렌터카를 빌리러 가는 중인데, 꿈이 하도 어수선하다니 다른 날 가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겠다고 귀국하면 만나자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꿈이 꺼림칙해 그녀는 자녀의 학부모들과도 sns를 통해 괴이한 꿈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날 오후 그녀는 꿈도 기분 나쁘고 기분전환도 할 겸 아직 어린아이와 놀이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sns에서 지인들이 일본 쓰나미 이야기를 하며 어쩜 이럴 수가 있냐고 했을 때 그녀의 뇌리에 스친 것은 일본 현지에 있는 친구였다고 했다. 황급히 친구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는 불통이고, 꿈에서 본 쓰나미가 그대로 뉴스 속보로 뜨는 영상에 그녀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이틀 후 친구에게서 “이번에도 너의 꿈 덕분에 나 또 살았다! 일본 못 살겠다. 이번 학기 휴학하고 그냥 귀국할란다. 고맙다. 한국에서 보자. 친구야!”라는 문자를 받고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그 여인은 몽중가피를 통한 예지몽으로 평소에도 불보살님의 가피를 자주 입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로도 그 여인은 잊혀지지 않는 꿈을 꾸면 내게 이야길 전하곤 했다. 

 

그리고 다른 한 집안의 이야기를 함께 하려고 한다. 몇 해 전 한가위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8월이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종교기관도 빗장을 걸어야 했던 시기라 방역을 철저히 하고 만났던 60대 초반의 남성 K씨는 마스크를 두 겹으로 하고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스님, 저는 한 번도 절에 가본 적이 없고. 모태신앙인 기독교로 부모님은 교회에서 평생 사시다시피 하셨어요. 그런데 요즘 저희 아이가 이상해요.”

 

K씨는 눈물을 흘리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웅전 밖을 서성이다 들어왔다.

 

“저희 딸 아이가 밤마다 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온답니다. 저희 어머니가 제 불찰로 지병을 돌보지 못해 돌아가시고, 이듬해 아버지도 뒤따라 가셨는데 그 이후부터 저희 딸이 매일 같은 꿈에 시달려요.” 

 

K씨는 한참을 부처님을 향해 한숨만 내쉬더니, “이 놈 네가 날 죽였지? 내가 이렇게 배곯고 있는데 넌 잘 먹고 잘 사냐?”라는 말을 딸이 매일 눈만 뜨면 K씨에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밤마다 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할머니랑 동냥그릇을 두들기면서 밥상 차리라고 호통을 치고 같이 있자고 하니 무섭고 잠도 잘 수 없는 딸은 정신과 약을 먹고 상담을 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아 직장도 그만두고 암막커튼을 치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고 했다. 억지로 불러내 밥을 먹여도 딸은 점점 더 눈 밑이 검게 변하고, 야위여 등줄기에 뼈가 만져질 만큼 앙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잠들기 전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아빠 때문이야.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죽게 뒀어. 여기 계시잖아! 안 보여?”라고 소리 지르면서 한바탕 난동을 부린다고 했다. 평소 온순하던 딸의 이런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부모님의 사십구재도 제사도 모시지 않는다는 K씨의 사정을 듣고 돌아가신 영가가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해 그 여파가 자손에게 나타난 것이 안타까워 길일을 택해 천도재와 영산재를 올렸다. 의식이 끝나고 구병시식을 거행할 때 K씨의 딸은 허겁지겁 떡과 과일을 먹었다. 사뭇 다른 모습에 K씨는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 

 

얼마 지나고 8월 한가위가 되어 추석맞이 기도를 올려 달라고 찾아온 K씨와 딸은 부모님 살아생전 다하지 못한 효를 이렇게라도 참회하고 극진히 기도 정진하겠다며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천도재는 망자의 영혼이 고통받는 세계를 벗어나 편안한 세계로 나아가도록 기원하는 의식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영산재는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고 윤회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큰 의식이다. 영가에 대한 효심과 자비심을 바탕으로 하는 천도재는 고인뿐 아니라 가족이나 후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꿈은 예지몽이 되기도 하고, 돌아가신 영가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복을 주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를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극한 기도만이 가피를 통해 복을 짓는 지름길임을 깨닫고,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과 효심으로 다가오는 뜻깊은 한가위를 맞아 오늘밤에는 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싶다.

 

※ 북한산 한국불교 법성종 자비정사 종정 묘심. 필명 : 묘심화.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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