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홍세기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환경부로부터 역대 최고액인 15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유해물질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폐수를 무단 배출했다는 것이 과징금 부과 사유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 측은 폐수를 계열사 공장으로 보내 재활용한 것으로 오히려 친환경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향후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6일 환경부와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중순 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원을 부과하겠다고 사전 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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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오일뱅크. |
과징금 1500억원은 지난 2020년 11월 시행된 개정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대한 법률’(환경범죄단속법)상 페놀 등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시 규정을 적용한 것으로, 개정 시행 이후 최고액이다.
해당 법은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시 ‘매출액 5%를 초과하지 않는 금액과 오염물질 제거와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19년 10월~2021년 12월 사이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폐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뒤 인접한 현대OCI 공장으로 하루 950톤을 보내 용수로 재활용했다. 이로 인해 환경부와 의정부지검의 조사·수사를 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현대OCI 공장으로 보낸 폐수에는 기준치 이상의 페놀이 들어있었다. 물환경보전법상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폐수 내 페놀 허용치는 1ℓ당 1㎎(청정지역은 0.1㎎) 이하다. 페놀류함유량 허용치는 1ℓ당 1~5㎎ 이하이다.
이에 환경부는 대산공장에서 현대OCI 공장으로 폐수를 보낸 것이 배출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폐수를 주고받은 공장이 같은 사업장이라면 문제될 것은 없기 때문에 폐수가 외부로 배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현대오일뱅크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과 현대OCI 공장은 인접해 있을 뿐 소속 법인이 다르다. ‘외부로 차단된 관로로 연결된 계열사 설비들을 같은 사업장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대산공단 만성적 물 부족에 대응해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한 것으로, 재활용 후 적법한 기준에 따라 방류해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물 사용량과 폐수 발생량을 줄여 자원절약과 환경보호에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환경부에 자진해서 신고했고, 이후 조사와 수사에 협조해 왔다”며 “사실상 하나의 공장인데 처리수 재활용 설비 소유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조치가 부과되면 적절한 절차로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021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첩된 공익 제보로 사건을 인지했고, 이에 앞서 권익위는 같은 해 8월 ‘현대 오일뱅크에서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폐수를 불법 배출했다’는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당초 현대오일뱅크 연간 매출액의 1.8%를 과징금으로 정했했지만, 감경 조건을 따져 1% 수준인 1509억원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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