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민간인 몰카’ 여전…끝나지 않은 ‘불법사찰 흑역사’

윤대헌 / 기사승인 : 2022-03-29 14: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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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2구역, ‘조합원·경쟁업체’ 사찰 논란…무관한 민간인도 타깃
이재용 부회장 ‘쇄신 다짐’ 어디로…준법감시위·클린 수주 ‘실종’

[하비엔=윤대헌 기자] 삼성물산이 서울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조합원과 경쟁사 직원 등을 불법으로 미행하는 이른바 ‘불법 사찰’을 감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은 과거에도 노조원 불법사찰 등으로 인해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등의 ‘전력’이 있는 만큼 사실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현장에서 경쟁사 직원과 조합원들을 몰래 뒤쫓고, 이들을 촬영해 주민대표회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 측의 이같은 행위는 ‘불법홍보’ 정황을 살피고, 발견 즉시 고발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몰래카메라’ 방식을 동원한 불법사찰이라는 점이다.

 

특히 삼성물산의 ‘불법사찰’은 비단 흑석2구역 주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구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쟁사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또는 임직원 교육용으로 마련한 입주단지 관람행사마저도 ‘엿보기’를 서슴치 않았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로 들어온 제보사진 가운데 대다수는 일반 고객이나 임직원이 참여한 입주단지 투어 장면이다”라며 “흑석2구역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과 행사마저도 불법으로 미행해 사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불법사찰 과정에서 타사의 OS요원(외주홍보대행)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입찰제재 사유로, SH공사에서 내놓은 흑석2구역 홍보지침에는 ‘타사를 가장해 고의로 자격박탈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경우 입찰 참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고 지적했다.

 

▲ 삼성물산 측 OS요원이 촬영해 흑석2구역 조합에 제공한 사진들. 이 사진에는 가족단위로 산책 중인 입주민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조합]

 

삼성의 불법사찰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삼성 에버랜드는 노조원 불법사찰을 경찰에 사주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지난 2015년에는 본사에 강성 민원을 넣은 고객과 노조간부를 실시간으로 사찰한 사실이 들통났다. 당시 이들의 이동과정을 미행하고, 인상착의나 동정을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한 증거가 드러났다.

 

이외 전현직 노조원의 휴대폰을 불법 복제해 약 1년간 위치추적을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지난 2012년에는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 직원 다섯 명이 선불폰과 렌터카를 이용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행을 미행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20년 5월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준법 약속’을 공표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 내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법을 어기지 않겠다’고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으로부터 불거진 ‘불법’ 논란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 삼성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우선 공공재개발 1호로 꼽히는 흑석2구역의 경우 서울 동작구 흑석동 99-3 일원 4만5229㎡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최고 49층 총 1324가구를 건립할 예정이다. 특히 ‘준 강남’에 속한 이 구역은 사업비만 1조원 가까이 투입된다.

 

알짜배기 사업인 만큼 ‘먹을 게’ 많아 건설사간 경쟁 또한 치열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불법 행위가 난무할 수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삼성물산은 예전 그대로다. 불법사찰 대상도 방식도 똑같다”며 “그룹 총수의 반성과 다짐에도 지금껏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은 관계기관의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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