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 중심 정책의 역설, 국산차 마지막 보루까지 위협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중국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진출 1년도 안 된 중국 BYD가 ‘3강 체제’에 안착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가운데, 그 배경에는 최근 4년 9개월 동안 중국산 승용 전기차에 지급된 수천억 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이 자리하고 있다. 국산차 보조금이 정체된 사이, 국민 세금이 국내 산업이 아닌 중국 전기차 육성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5억 원 수준이던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은 2023년 786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1~9월 사이 이미 734억 원이 집행됐다. 전체 전기차 보조금의 15.9%로, 불과 4년 만에 50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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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씨라이언7 [사진=BYD] |
수입 전기차 중 중국산 보조금 비율은 2021년 1.2% → 2023년 64.3% → 올해 82.8%로 폭증했다.
반면 국산 전기차 보조금은 제자리걸음이다. 2022년 5756억 원까지 늘었다가 2023년 4439억 원으로 감소, 올해도 큰 차이가 없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중국산 전기차는 거침없는 속도로 한국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BYD는 2025년 1월 한국 승용차 시장에 공식 진출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수입 전기차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수입 전기차 신규 등록은 3만3946대. 이 가운데 테슬라·폴스타 그리고 BYD, 이 세 브랜드가 80% 이상을 점유했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 Y로 9069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전체 1위를 기록했다.
BYD는 4000만 원대 SUV ‘씨라이언 7’로 가성비를 앞세워 9월 한 달 1000대를 팔았다. 폴스타는 듀얼모터 중심의 고급 SUV ‘폴스타 4’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중국 생산 기반’이다. BYD는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지 않는 순수 전기차 전문 기업으로 상용 전기버스·지게차로 2016년 첫발을 디딘 이후, 승용 모델 ‘아토3’, ‘씰(Seal)’, ‘씨라이언7’ 등을 연달아 출시하며 시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YD의 성장 속도는 과거 일본차나 유럽차 브랜드의 초기 진입과 비교해도 훨씬 빠르다”며 “배터리 기술력과 공급망 효율로 글로벌 완성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최대 무기”라고 분석했다.
중국 BYD는 이 기세를 몰아 1000만 원대 실구매가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BYD는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Dolphin)’의 환경부 인증 절차를 마치고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44.9kWh 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거리 354km를 확보했으며, 이는 현대차 캐스퍼 EV(315km)보다 39km 길다.
돌핀은 전장 4150mm·휠베이스 2700mm로, 캐스퍼 EV보다 공간 활용성이 높다. 국내 출시가는 2000만 원대 초중반, 보조금 반영 시 실구매가 1000만 원대 후반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산 캐스퍼 EV보다 수백만 원 저렴하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나 유럽연합의 지역 내 생산 연계 정책처럼, 한국도 ‘메이드 인 코리아’ 중심의 산업 보호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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