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N뉴스 = 한주연 기자] “앞으로 3~4년 내, 건강한 일반인도 뇌 인터페이스 이식을 고민할 전환점이 찾아올 것입니다.”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크래프톤 공동 주최 강연에서, 뉴럴링크(Neuralink) 공동창업자 서동진 박사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 기술의 현황과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와 서동진 박사를 비롯한 8명의 신경과학자·엔지니어가 의기투합해 세운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이다. 이름 그대로 ‘신경(Neural)’과 ‘연결(Link)’을 결합해,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신호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기계와 직접 연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목표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신경 질환 환자의 회복을 넘어, 인간 능력의 확장과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여는 것이다.
창립 이후 일부 멤버는 회사를 떠났지만, 여전히 핵심에 남아 있는 인물은 머스크와 서 박사다. 서 박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신경 손상 환자의 재활 지원 ▲인공지능과 결합한 학습·기억 능력 강화 ▲궁극적으로는 뇌의 전 영역을 연결하는 ‘전뇌 인터페이스(Whole Brain Interface)’ 구축을 목표로 삼아, 단순한 치료를 넘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강연 후 이어진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학과장 겸 융합인재학부 학부장과의 대담에서는 창업 배경과 기업 철학, 기술적 한계와 도전 과제까지 심층 논의가 이뤄졌다.
◆ “텔레파시 현실화, 삶을 바꾸는 기술”… 환자 삶 바꾼 사례 공개
서동진 박사는 이번 강연에서 뉴럴링크의 최신 임상 사례를 공개하며, 사고나 질환으로 운동 능력을 잃은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기기를 제어하는 장면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전신 마비 환자 놀란드의 사례를 강조했다. 놀란드는 20개월 전 뉴럴링크 칩을 이식한 뒤, 이제는 오직 생각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됐다. 뉴럴링크 임상시험의 첫 환자인 그는 “뉴럴링크 덕분에 다시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이 문장을 직접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사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단순한 연구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환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 박사는 “임상 참여자들이 하루에 7시간 40분 동안 이 장치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활용할 정도로 삶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다”며 “단순한 재활을 넘어 환자의 사회 복귀와 자아 실현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럴링크도 지난 10일 X(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12명이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누적 사용일수는 2000일, 총 사용 시간은 1만5000시간 이상”이라고 밝혔다.
◆ 새로운 응용, ‘생각의 속도’로 말하고, 시각 되찾는 시대
뉴럴링크가 선보인 ‘전극 실’은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 불과하며, 뇌 운동피질에 삽입돼 뉴런의 미세한 신호를 정밀하게 수집한다. 이 신호는 무선으로 전송·압축돼 알고리즘이 해석하고, 사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실시간으로 디지털 입력으로 변환한다. 이 과정은 마치 뇌 속에 마이크를 설치해 뉴런의 대화를 직접 듣는 것과 유사하다. 서 박사는 “기존 의학적 보조장치와 달리, 뉴럴링크는 뇌의 본래 신호를 읽고 확장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럴링크는 내달부터 언어 장애 환자가 목소리를 되찾는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또한 ‘블라인드사이트’프로젝트를 통해 시각을 잃은 환자에게 전극 자극으로 시각을 복원하는 연구도 추진 중이다. 블라인드사이트는 시신경이 손상돼 전통적 치료가 불가능한 실명 환자에게, 시각 피질에 직접 자극을 주어 시각 인지를 복원하는 장치다. 서 박사는 “뉴럴링크의 최종 목표는 전체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전뇌 인터페이스(Whole Brain Interface)’”라며 “AI와 결합해 인간-기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지적 지평을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듯, 차세대 아이폰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은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초인적 능력, 머지않아 현실로”…“3~4년 내 일반인도 이식 고려할 것”
강연 후 이어진 대담에서 정재승 KAIST 교수는 서 박사와 함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파급력을 논의했다. 서 박사는 “향후 3~4년 내에는 건강한 일반인도 뇌 인터페이스 이식을 선택하는 전환점이 올 것”이라며 “뇌-기계 연결은 결국 학습·기억 증강, 시각 복원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적 치료를 넘어 인간 능력 확장, 인공지능과의 융합까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뉴럴링크의 신호 전송 속도가 척수를 거쳐 근육을 움직이는 신호보다 10배 이상 빠르다”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간적 능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한 “우리의 목적은 인간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지만, 동시에 인간 경험의 확장을 열어갈 것”이라며 “휴대폰이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했듯, 뇌 인터페이스 기술이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럴링크 사용자들은 뇌 신호가 척수와 근육을 거치지 않고 블루투스 신호로 컴퓨터와 연결되면서, 일반 사람보다 더 빠른 반응 속도를 보이기도 했다.
◆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고 만들어야 한다… 머스크 리더십, 시급성에서 출발”
서 박사는 “뉴럴링크를 창립할 2016년 무렵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연구는 학계에서 가능성이 입증됐지만 산업적 추진력이 부족했다”며 “다학제적 역량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학계 밖에서 풀어야 할 과제였고, 머스크 역시 AI와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다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회상했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한 창업 과정과 기업 문화도 소개했다. 그는 “머스크는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시급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늘 강조한다”며, “뉴럴링크 역시 빠른 피드백과 반복을 통해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조금의 자존심은 괜찮지만, 그보다 훨씬 큰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낮은 에고와 높은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 인턴이 제안한 것이라도 채택된다”며, 철저히 ‘능력 기반’에 입각한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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