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국내 사무가구 1위 기업 퍼시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름을 팔아 대리점에 불리한 조항을 넣은 신규계약서를 점주들로부터 받아내려다 논란에 휩싸였다.
4일 업계와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퍼시스는 대리점주들에게 공정위로부터 대리점법 관련 시정명령을 받아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신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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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스. |
해당 공지문에는 “퍼시스는 2021년 10월쯤 공정위의 대리점 계약법 관련 사항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2023년 3월 일부 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졌다”며 “신규계약은 대리점에게 유리한 내용의 계약으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 체결을 완료해주길 바란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신규계약서는 당초 퍼시스 측의 주장과 달리 대리점주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불만을 사고 있다. 이 가운데 ‘시정명령에 따라 대리점과의 자동연장계약 조항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퍼시스는 신규계약서에서 기존 ‘대리점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퍼시스에 계약 갱신을 요청할 수 있고 퍼시스는 대리점에게 중대한 계약 위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리점의 계약 갱신 요청을 수락해야 한다’는 자동연장계약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퍼시스는 특히 계약해지 조항과 관련해 계약해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퍼시스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퍼시스유통상생협의체는 ‘2회 이상 경고를 받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것은 사측에서 임의대로 경고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만큼 대리점에게 매우 불리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퍼시스가 그룹차원의 대리점 판매 정책에 따라 대리점은 영업만 하고 계약은 본사에서 직접 나서는 위탁 판매 형태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어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현재 공정위가 퍼시스에 대한 제재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대리점법과 관련해 퍼시스를 조사한 것은 맞지만, 올해 2~3월 퍼시스와 관련한 전원회의나 소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리려면 전원회의 또는 소회의를 열어 심사보고서를 의결해야 한다. 심사관 전결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는 있지만, 공정위 온라인사건처리시스템에는 최종 의결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퍼시스가 대리점주들에게 신규계약서 체결을 유도·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퍼시스는 공지문을 통해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을 경우 계약체결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대리점에 대한 ‘갑질’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퍼시스는 공지문 일부를 수정해 다시 공지하는 꼼수를 부렸다.
기존 ‘시정명령’이라는 문구는 ‘시정명령(심사관 조치의견)’으로 수정하고, 시정명령 사유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미지급 조건 개정’이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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