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시민회의, 과기부 수사 의뢰
[HBN뉴스 = 홍세기 기자] KT가 최근 발생한 소액결제 해킹 사태와 관련해 서버 폐기, 허위 보고, 침해 신고 지연 등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해킹 의혹이 제기된 서버를 '착오'라며 폐기하는 과정에서 증거 훼손이 발생했으며, 소액결제 해킹과 서버 침해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피해자 보상을 지연시키는 등 다층적인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KT의 해킹 사실 은폐 및 축소 행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즉각적인 해명과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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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서울 kt 판매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앞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 7월 19일 KT에 해킹 의혹을 통보한 지 불과 13일 만인 8월 1일부터 KT는 관련 서버 폐기에 착수했다. 당초 8월 21일까지 운영 예정이던 원격상담서비스 서버를 20일이나 앞당겨 폐기한 것이다. KT는 8월 1일, 6일, 13일에 걸쳐 순차적으로 서버를 폐기했으나, KISA에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외부업체로부터 보고받은) 해킹 의심 정황이 남아있다보니 보안책임 임원으로서 찜찜했다"며 "사업전환 계획이 잡혀있다 보니 (해당 서버) 조기종료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킹을 부인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의심 정황을 인지하고 서버를 폐기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KT는 9월 15일 외부 보고서를 통해 해킹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18일 피해 브리핑에서는 "해킹 흔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11시 57분이 돼서야 KISA에 뒤늦게 침해사고를 신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침해사실 인지 후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하지만, KT는 3일이 지나서야 신고하면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됐다.
민관합동조사단과 외부 보안업체의 분석 결과, KT 서버에서 윈도우 서버 침투, Smominru 봇넷 감염, 원격 코드 실행, Metasploit 측면 이동 등 최소 4건의 명백한 침해 흔적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 해킹 시도를 넘어선 명백한 침해 사고로 평가된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KT 해킹 사건은 매우 전형적이고 고도화된 해킹 과정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해킹의 교본 같은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이용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중국 국적자 2명을 구속했으며, 불법 펨토셀을 차량에 싣고 수도권을 돌아다니며 KT 가입자 약 2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해외에서 반입된 펨토셀 장비를 이용해 KT망에 무단 접속했으며, 5561명의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커들은 KT 네트워크의 보안 취약점을 파고들어 내부 서버에 침투했으며, 악성 코드를 심어 원격에서 서버를 제어 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 비밀키 유출 정황도 발견돼 해커들이 언제든 시스템에 비밀번호 없이 접속할 수 있는 백도어를 설치한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일 KT가 허위 자료 제출과 증거 은닉 등을 통해 정부 조사를 고의로 방해했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과기정통부는 "KT가 서버 폐기 시점을 8월 1일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8월 13일까지 폐기 작업을 진행했으며, 폐기 서버 백업 로그가 있었음에도 9월 18일까지 민관 합동 조사단에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KT의 은폐·축소 행위가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 소비자 피해와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서버 폐기와 허위 보고에 대한 명확한 해명 ▲소액결제 해킹과 서버 침해의 연관성 투명 공개 ▲펨토셀 인증정보 탈취 여부 등 민관합동 정밀조사 ▲피해 소비자 위약금 면제 및 실질적 보상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국내 최초로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이용한 해킹 사례로 기록됐으며, KT의 안일한 보안 관리와 사후 대응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통신사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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