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MBK '공방', 자원 패권 시대 '경영판단' 시험대 쟁점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8 10:48:24
  • -
  • +
  • 인쇄
영풍·MBK "이그니오 고가 매입" VS 고려아연 "적대적 M&A 프레임"
단기 장부냐, 장기 포석이냐...합리적 경영 판단 입증 여부 관건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간 경영권 분쟁이 과거 전략투자의 적정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회계 지적을 근거로 인수 가격과 의사결정 과정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과, 글로벌 자원 패권 경쟁에 대비한 중장기 투자였다는 반론이 맞서는 구도다. 눈앞의 손상차손과 미래 공급망 가치 사이에서 기업 경영진의 판단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따르면, 영풍·MBK 측은 최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려아연 회계기준 위반 조치 결과를 근거로 고려아연이 2022년 미국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당시 기업 가치를 부풀려 고가 매입했다며 배임 여부 등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고려아연의 전략투자 적정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앞 간판.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MBK가 당국의 회계 지적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악용하고 있으며, 정작 영풍의 중징계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증선위는 앞서 고려아연이 투자 손실을 축소 반영했다며 중징계를 내렸으나, 동시에 영풍에 대해서도 환경 정화 비용 및 자산 가치 산정 누락 등을 이유로 함께 중징계를 의결한 바 있다.

쟁점은 고려아연이 2022년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한 뒤 발생한 영업권 손상차손이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이그니오홀딩스 관련 영업권 3234억 원 가운데 1636억 원을 인수 첫해 손상차손으로 반영했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수대금 약 3749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영업권 성격이었다는 점에서 당시 기업가치 산정 근거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영업권 손상은 미래 현금흐름, 할인율, 시장 여건 등 여러 가정을 반영하는 회계 추정 영역인 만큼, 투자 적정성이나 배임 여부는 별도의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처스 인수 관련 2심 판단도 이 같은 논의와 맞물려 주목된다.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처스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인수대금이 실제 가치를 유의미하게 웃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유명 작가들이 소속된 제작사를 확보하려는 경영상 필요성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 역시 이그니오 인수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북미 원료망(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및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인수 당시 글로벌 투자은행의 기업가치 검토와 매도인 협상을 거쳐 가격을 산정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배터리, AI 등 첨단 산업에서는 핵심광물 확보 방안의 하나로 자원순환 기술이 거론되고 있다. 전자폐기물 등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방식은 기존 원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래가치 투자가 항상 경영판단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계열사 거래나 인수 이후 가격 산정이 특수관계인 이익으로 연결되거나 시장 경쟁을 훼손했다면 사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