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전면으로
[HBN뉴스 = 홍세기 기자] 2000억원대 매각으로 성공 신화를 쓴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20대 직원이 과로로 숨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식품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정효원씨(26세)가 회사 숙소에서 사망한 사건이 3개월여 만에 알려지면서 불매운동과 함께 쪼개기 계약, 갑질 논란까지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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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3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 씨는 올해 7월 16일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개점 준비 업무를 맡던 중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고인이 사망 전 일주일 동안 80시간 넘게 일했으며, 사망 닷새 전에는 21시간 근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 대화 내역과 교통카드 사용 기록 등을 토대로 근무 시간을 역추적한 결과다.
특히 사망 전 12주간 평균 주 60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씨는 생전 여자친구에게 오전 8시 50분 출근해 자정까지 방역 업무를 하다 퇴근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씨의 근로계약서에는 '1주 12시간 초과 연장근로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으나, 제과점업은 특례업종이 아니어서 주 52시간을 넘긴 근무는 불법이다.
◆ 산재 신청 막고 유족 압박한 회사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의 초기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회사는 유족이 산재 청구를 위해 근로 시간 자료를 요청하자 "거짓 협조는 하지 않을 예정이니 양심껏, 모범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며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산재 청구는 부도덕한 일"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는 지문 인식기가 한 달 동안 고장 났었다며 정확한 근로 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씨가 팀장과 주고받은 문자에는 근무 시간을 30분 단위까지 정확하게 업무 시스템(원티드)에 입력하라는 지시가 남아 있었고, 회사는 실제로 연장 근무 수당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자 강관구 런던베이글뮤지엄 대표는 지난 28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과로사 여부는 회사가 판단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며 과로사 인정은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 3년간 산재 63건...SPC삼립의 3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런던베이글뮤지엄 사업장에서 총 63건의 산재가 신청돼 모두 승인됐다. 산재 승인율이 100%인 것이다.
연도별로는 2022년 1건, 2023년 12건, 2024년 29건, 2025년 9월 기준 21건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산재 승인 건수 29건은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의 11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63건 중 60건이 업무 중 사고로 인한 산재였으며, 근골격계질환 1건, 출퇴근재해 2건이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10월 29일부터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과 본사에 대한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러한 운영 방식이 마치 기업 혁신이나 경영 혁신의 일환으로 포장되어 성공 사례처럼 회자되는 문화를 이번에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 "3개월 쪼개기 계약" "툭하면 시말서" 전직원 폭로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후 전직 직원들의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근무했다는 A씨는 SNS에 "논란이 언제 터지나 했다"며 "3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나눠서 작성했다"고 밝혔다.
A씨는 "시말서 5장 이상을 쓸 경우 어느 지점에서 일하고 있든 안국 본사에 가서 교육을 들어야 했고, 3개월 단위로 계약서 작성하다가 책잡힐 일 생기면 계약종료 당했다"고 주장했다. 
출근 첫날 교육 1시간 받고 베이글을 결제할 때 포스기에 베이글 이름이 전부 영어로 표기돼 있어 실수하자 시말서를 쓰게 했으며, 고객이 쇼핑백을 요청했는데 포스기에 입력하지 않아 시말서를 쓴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정씨도 이곳에서 일하던 1년 2개월 동안 수원점, 잠실점, 도산점을 옮겨 다니며 4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해고 예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편법으로 지적받고 있다.
또 다른 전직 직원은 브랜드 총괄 디렉터 이효정(필명 료)의 갑질도 폭로했다. "컵을 꺼낼 때 허리라인이 보이게 하라"는 식의 지시가 있었으며, "근무 11개월 차에 아파서 본인 업무를 못 했다고 계약종료 당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 2000억 매각 "빵집 성공 신화의 민낯"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지난 7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약 2000억원대에 매각됐다. 2021년 9월 서울 안국역 인근에 1호점을 연 이후 쫄깃한 식감의 베이글과 이국적인 콘셉트로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불과 4년 만에 전국 7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온라인에서는 '피 묻은 베이글' 등의 표현과 함께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사측은 과로사를 부인하면서도 근무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제공 여부를 거부하고 있다"며 "법적·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정의당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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