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대란' KT·롯데카드 은폐의혹 속, SKT '재평가'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09-23 10: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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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강경 발언에 대응 태도 희비 갈려
국감서 통신·금융사 위기관리 집중추궁 예고
'자진신고 감면' 리니언시, 보안사고에도 필요

[HBN뉴스 = 이동훈 기자] KT와 롯데카드 해킹 사고의 은폐·축소 의혹이 정치권과 정부의 정조준을 받으면서, 한때 비판의 대상이던 SK텔레콤의 ‘정직한 자진신고’가 역설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사안을 국정감사의 서막으로 규정하며, 통신·금융사들의 위기 대응 방식을 도마 위에 올릴 태세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긴급 현안 점검 회의에서 KT와 롯데카드 해킹 사고를 두고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철저히 밝히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롯데카드, 대규모 해킹 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총리는 “문제가 있다면 분명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보안관리 미흡 여부와 피해 구제 대책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SKT의 경우 해킹 사태 초반 자진 신고를 감행하며 ‘역대급 과징금’의 부담을 감수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정부 기조와 맞물려 정직한 대응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실정이다.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 4월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 의심 정황을 내부 탐지 직후 금융보안원과 당국에 자진 신고하고, 직접 사과까지 발표했다. 이로 인해 SKT는 역대급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며 단기적으로는 주주와 시장의 비판에 내몰렸다. 

하지만 KT와 롯데카드가 최근 해킹 피해 사실을 당국 신고 없이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직한 대응의 가치가 오히려 부각되는 상황이다. 국무총리까지 나서 “KT·롯데카드의 은폐·축소 의혹”을 언급하자, 업계에서는 “SKT의 초기 결단이 결국 옳았던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해석도 제기된다. SKT가 정직하게 나섰다가 역대급 과징금을 맞은 전례가, KT·롯데카드의 ‘소극 대응’을 부추긴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성실하게 대응해도 중징계라면 몸을 사리자”는 학습효과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SKT가 당시 자진 신고라는 부담스러운 선택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을 두고는 또 다른 분석도 뒤따른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묵시적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적잖다.

최 회장은 최근 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전 정부의 내란 혐의로 사실상 막힌 외교의 공백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메워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적 위상 추락을 막고 모범적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대승적 판단이 작용했고, 결국 유 대표가 자진 신고를 결단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사태는 곧 다가올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가 ‘은폐·축소 의혹’을 정조준해 KT와 롯데카드 경영진을 강하게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정직하게 대응한 기업은 오히려 역대급 과징금으로 벌을 받았다”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도 나온다. 

정부는 직권조사 권한 강화, 보안 의무 위반 제재 수위 상향, 범정부 정보보호 종합대책 마련 등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이 은폐보다 성실 신고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담합 사건에서 먼저 자진 신고한 기업에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처럼, 해킹·보안 사고에서도 성실히 신고한 기업에 대해 은폐 기업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고 합리적 감경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래야만 은폐 유혹을 줄이고, 기업들이 스스로 ‘정직한 대응’을 선택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조기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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