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안에도 수요↑, 태양광 등 타고 '은' 상승
[HBN뉴스 = 김재훈 기자]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 온스당 36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에서도 금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1조 2367억 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8월 말 대비 974억 원이 늘어난 수치로, 은행권 골드뱅킹이 1조 2천억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골드뱅킹 잔액은 4500억 원 이상 불어났으며, 국내 금 현물 가격도 1g당 16만 5천 원대를 넘어섰다.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70만 원을 웃돌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은행권 골드바 판매액은 올해 들어 3628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1654억 원)의 2.2배를 넘어섰다. 특히 2월 한 달간 883억 원어치가 팔리며 ‘골드바 대란’이 벌어졌고, 이후 수급 문제로 일부 은행은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9월 들어 다시 수요가 살아나며, 이달 1일부터 11일 사이 373억 원어치가 팔려 8월 한 달 판매액과 맞먹는 규모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은(銀) 투자도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4대 은행의 실버바 판매액은 지난 8월 10억 5900만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월 10억 원을 돌파했다. 9월 들어서도 11일간 7억 5100만 원어치가 팔려, 다시 기록 경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누적 실버바 판매액은 49억 8100만 원으로, 지난해 전체(8억 원)의 6배 이상이다. 신한은행의 ‘실버리슈’ 잔액 역시 810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고점을 형성하면서 가격 대비 접근성이 높은 은이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금 가격은 당분간 고공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 국면에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고, 미·중 갈등 및 글로벌 경기 둔화 리스크가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는 계속될 수 있다. 다만, 달러 강세와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 속도가 완화될 경우 금값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은 산업용 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며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태양광·전기차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서 은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금값은 단기적으로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수요가 유지되는 한 은행권 골드뱅킹과 실버 투자 잔액은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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