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주관 한국투자증권 "임상실패 공모가에 반영"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신약 개발사 오름테라퓨틱의 주주들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상장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핵심 파이프라인인 ‘ORM-5029’의 임상 시험을 회사가 중단하면서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IPO 종목에서 발생하면서, 주관사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오름테라퓨틱의 임상 실패에 대해 공모가 산정 과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식지 않는다.
지난 2월 14일 코스닥에 화려하게 입성했던 오름테라퓨틱의 주가는 지난 3일 종가 기준 1만 7900원으로 공모가(2만 원)를 밑돌았다. 상장 직후 기록했던 고점 4만 2250원과 비교하면 급락세이다. 한때 7700억 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은 3809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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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
주가 폭락의 결정적인 원인은 유방암과 HER2 과발현 악성종양 치료제 후보물질인‘ORM-5029’ 임상 1상 중단 소식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맞서 방어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름테라퓨틱의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던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의 공동 주관사였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파두는 상장 석 달 만에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파두는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인 매출 급감 가능성을 숨기고 기업 가치를 부풀려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고, 거짓된 정보로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IPO 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면 오름테라퓨틱 측은 임상 중단 가능성이 상장 전에 이미 공지되었기 때문에 파두 사태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오름테라퓨틱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ORM-5029’ 임상의 일시 중단 및 잠재적 중단 가능성을 명시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하비엔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름테라퓨틱의 임상 파이프라인 취소로 또다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파두와 오름테라퓨틱의 이슈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오름테라퓨틱의 문제된 임상 파이프라인은 상장 전 투자설명서에 이미 실패 가능성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었고, 임상 관련 매출은 기업 가치 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임상 취소 결정이 현재 주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애초에 공모가 산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오름테라퓨틱은 ‘ORM-5029’ 관련 매출을 제외하고 기업 가치를 재산정하여 당초 계획보다 낮은 몸값으로 상장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 청약 경쟁률은 각각 17대 1, 2대 1로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오름테라퓨틱의 대표 주관사로서 기업 가치 평가에 참여했지만, 문제된 임상 파이프라인의 실패 가능성을 이미 인지하고 투자설명서에 명확하게 경고 문구를 포함시켰다”며 “해당 임상 관련 매출은 밸류에이션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임상 취소는 기업 가치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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