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테넷' 뒤틀린 시간 속 눈호강 향연...굳이 이해가 필요할까

노이슬 / 기사승인 : 2020-08-27 0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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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영화계 물리학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신작으로 돌아왔다. '시공간 뒤틀기' 전문가답게 이번엔 역행하는 시간과 정주행 하는 시간이 한 공간에 맞물렸다. 

 

덕분에 대부분 관객들의 머리는 '이해'를 거부했고, 어디서도 본적 없는 액션의 향연은 눈을 즐겁게 한다.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영화적인 재미 요소가 가득하다. 영화 속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라고 말한 놀란 감독의 말이 와 닿는 순간이다.

 

 

영화 '테넷'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인버전'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미래 세력에 맞서 시간을 이용하는 작전을 펼친다. 

 

순행하는 시간과 역행하는 시간이 같은 공간에서 얽힌다. 

 

이론에 빗대어 매 씬을 이해하려는 순간 멘붕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테넷'은 초반부터 모든 장면이 연결되고 복선이 깔려있기 때문에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런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사람이 주연임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이름조차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다. 그는 한 오페라 극장 테러 사건을 막기 위해 투입되고 그 곳에서 혼자만 시간을 역행하는 누군가를 발견한다.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 부품과도 비슷한 모양의 물체도 마주한다.

 

일종의 테스트를 거친 그는 '테넷'이라는 단어와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르는 존재인 '인버전'에 대해 배운다. 또 미래로부터 현재가 멸망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작전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주도자는 닐(로버트 패틴슨)을 만나 악당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에 대항하며 지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에 사토르의 아내인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은 남편에 대한 배신감으로 두 사람과 손을 맞잡는다.

 

극 전반부는 주도자와 함께 '인버전'에 대해 배운다면 후반부는 본격 임무 투입이다. 물리 이론에 대한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면 후반부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추격씬이 눈을 사로잡는다. 전복돼 뒤집어진 자동차가 도로위에 다시 멀쩡히 주행을 하거나 폭파됐던 건물이 다시 폭파 전으로 바뀐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덴마크, 에스토니아, 이탈리아, 인도 등 7개국에서 촬영된 '테넷'은 CG를 최소화했다. 보잉 747 비행기와 격납고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은 실제 비행기를 구매해 촬영했으니 영화의 스케일을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특히 카체이싱 액션은 영화의 백미다. 역주행 하는 시간 속 계속 후진하는 차량 액션,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을 갈아타는 위험천만 하고 아슬아슬한 장면들은 정주행 하는 주인공들과 역행하는 시간이 맞물리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CG를 최소화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씬을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고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볼거리가 가득함에도 의문이 드는 점은 캐릭터들의 개연성이다. 그중 악당으로 나오는 사토르가 왜 세계멸망을 꿈꾸는지다. 그를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는 대리인인지 본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만큼 세상에 불만을 가졌는지는 의문이 든다. 밑도 끝도 없이 세계멸망을 꿈꾸는 그의 개연성은 '테넷'이 가진 불편함의 일부다.

 

누군가는 숙제를 받은 듯한 느낌에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을 것이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그랬듯이 N차 관람을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물리학'에 대한 이해 없어도 '테넷'은 영화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어디서도 본적 없는 액션과 CG가 아닌 카메라 기법과 촬영만으로 완성한 매 시퀀스는 놀란 감독만이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작에서 그랬듯 놀란 감독은 '물리학 세계관'을 스크린에 구현해내며 상상 이상의 명장면으로 완성하는 매직을 펼쳤다. 머리보다 눈과 귀에 집중한다면 '테넷'을 한 층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개봉은 8월 26일. 러닝타임은 15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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