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열들의 희생 속에 피어난 자유, 그 빛을 지키는 수행자의 길
"빛을 되찾은 날, 그 빛을 지키는 마음"
불자 여러분, 오늘은 특별히 깊이 새기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25년 8월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1945년 8월 15일, 36년간의 어두운 식민 지배가 끝나고, 우리 민족은 마침내 빛을 되찾았습니다. ‘광복’이라는 말 그대로, 잃었던 국권과 자유를 되찾고, 우리 하늘 아래서 우리 말과 우리 깃발을 드높일 수 있게 된 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둠이 걷히면 밝음이 드러나고, 밝음이 드러나면 길이 보인다.”
광복은 단순히 한 나라의 해방이 아니라, 오랜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은 역사입니다.
그 길을 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젊음을 바치고, 생명을 걸었는지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인내, 그리고 뜨거운 염원이 모여 이루어진 귀한 열매입니다.
당시의 조선 땅은 폭압과 억압 속에서 신음하던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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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종정 법담 |
말을 빼앗기고, 이름을 빼앗기고, 땅과 곡식, 심지어는 생명마저 강제로 빼앗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나라를 되찾겠다는 간절한 원력(願力)과 서로를 향한 연대의 힘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은 혹독한 옥중 생활과 사형선고 앞에서도, 마치 보리수 아래에서 마왕을 이겨낸 부처님처럼 흔들림 없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스스로를 굳건히 지키는 자는, 남의 침탈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 선조들의 삶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그 굳건한 마음 덕분에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법당에서, 불법(佛法)을 배우고, 우리 말로 서로를 위로하며, 자유롭게 예불을 올릴 수 있습니다.
불자 여러분, 광복의 의미는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삶의 방향을 일깨우는 날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무책임하게 소비하는 권리가 아니라, 지켜내고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입니다.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자비’와 ‘지혜’의 실천이 바로 자유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사회의 불의에 침묵하지 않으며, 분열보다 화합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선열들의 뜻을 잇는 길입니다. 또한, 광복절은 ‘무아(無我)’의 가르침을 되새길 날이기도 합니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분들은 자기의 안락이나 생명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넘어 ‘우리’를 선택했고, 바로 그 ‘우리’가 나라를 살렸습니다.
불자도 수행의 길에서 나 혼자만의 깨달음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모든 중생이 함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대승(大乘)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저는 여러분께 세 가지를 당부드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십시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어떻게 왔는지를 매일 떠올리십시오.
화합을 선택하십시오. 의견이 달라도, 다툼보다 대화를, 증오보다 이해를 택하십시오.
미래를 준비하십시오. 과거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십시오.
불자 여러분, 광복의 빛은 하늘에서 저절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피가 만든 빛입니다.
우리는 그 빛을 단지 기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 빛을 내 삶 속에서 지키고, 이웃에게 나누며, 세상 속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나게 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오늘 이 나라와 모든 국민 위에 길이 비추기를 발원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영령들의 넋이 부처님의 품 안에서 영원히 안식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 대한불교 성불조계종 종정 법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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