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HL그룹 회장, 자녀 사모펀드 지원 논란 주주대표소송 직면 속사정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7 17: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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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 "적법한 투자,소액주주 오해 일방적인 주장"

[HBN뉴스 = 홍세기 기자]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자회사 자금 1830억원을 동원해 두 딸이 소유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를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주주 대표소송을 당했다. 

 

17일 HL홀딩스 등에 따르면, HL홀딩스는 "적법한 경영 판단의 원칙에 따른 투자"라며 "소액주주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하면서 소송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HL홀딩스 성수오피스. [사진= HL홀딩스 홈페이지]

 

앞서 지난 2022년 HL홀딩스는 자회사 HL위코에 유상증자 및 대여 방식으로 183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회사 당기순이익(25억원)의 7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자금은 정몽원 회장의 두 딸 정지연·정지수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로터스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로 흘러들어갔다.


로터스PE는 2020년 설립 당시 자본금 5억원의 신생업체였으나, HL그룹의 지원으로 2023년 말 기준 5개 펀드를 통해 약 3600억원을 운용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 측은 이 거래가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정 회장의 딸들은 이 사업 이후 HL홀딩스 지분 3.24%를 매입했고, 정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0.31%로 높아졌다.

HL홀딩스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25.99%, 2대 주주인 VIP자산운용이 10.72%를 보유하고 있어 정 회장의 절대적 지배력이 제한된 상황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우호 지분 확보가 절실했던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투자 성과는 참담했다. 더블유씨피(WCP) 투자에서만 800억원 가까운 평가 손실을 기록했으며, 전체적으로 436억원의 손실을 냈다.

 

반면 로터스PE는 펀드 운용보수 등으로 누적 9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또한 HL홀딩스가 비상장 자회사를 거쳐 펀드에 출자하면서 특수관계 공시 의무를 회피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소액주주 측 김종화 변호사(법무법인 창천)는 이 거래가 '회사 기회 유용'이자 이해충돌 상황으로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해충돌이라고 판단되면 경영판단 원칙도 적용이 배제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주대표소송은 사모펀드를 이용한 신종 터널링에 대한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소송은 HL홀딩스의 일련의 거버넌스 논란 중 하나로, 회사는 2024년 11월 자사주 163억원 상당을 비영리재단에 무상 출연하려다 주주들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또 정 회장은 과거에도 한라개발 주식을 22년간 차명 보유해 공정위 경고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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