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오너 3세 단독 체제 전환...'책임 회피' 논란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1 16: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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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해임 권고에 오너 자리 유지, 전문경영인만 물러나
김동연·정유석 공동대표 체제에서 정 대표 단독 경영 체제로

[HBN뉴스 = 홍세기 기자] 회계처리 위반 논란 속에서 일양약품이 공동대표 체제를 종료하고 오너 3세 정유석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금융당국의 해임 권고에도 오너는 자리를 지킨 반면 전문경영인만 물러나면서 '책임 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김동연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년 반간 유지된 김동연·정유석 공동대표 체제가 막을 내리고 정 대표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일양약품 본사 전경 [사진=일양약품]

 

김 전 대표는 1976년 연구원으로 입사해 50년 가까이 일양약품에 몸담은 '정통 일양맨'으로, 2008년부터 대표를 맡아 7연임한 제약업계 장수 CEO다. 그러나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사내이사와 부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 금융당국 해임 권고에도 오너 유임


이번 인사는 지난 9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일양약품의 회계처리 위반 혐의를 검찰에 통보하며 정유석·김동연 공동대표에게 해임 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린 직후 이뤄졌다.

그러나 동일한 제재를 받은 두 대표 중 오너인 정 대표만 자리를 지키면서 증선위의 권고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양약품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직만 내려놓은 것이며 이는 회사 대응 과정의 일환이다"라고만 밝혔다.


◆ 10년간 1조1497억원 과대계상

증선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중국 합자회사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와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를 종속기업으로 분류해 2014~2023년 10년간 재무제표를 과대계상했다.

일양약품은 통화일양 지분 45.9%(특수관계인 포함 65.3%), 양주일양 지분 52%를 보유했지만, 외부감사인은 이사회 구조상 실질적 지배력이 없다며 관계기업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양약품은 이를 무시하고 두 법인을 연결대상에 포함시켜 당기순이익과 자본을 총 1조1497억원 부풀렸다. 연도별로는 ▲2014년 637억원 ▲2015년 574억원 ▲2016년 862억원 ▲2017년 947억원 ▲2018년 1192억원 ▲2019년 1311억원 ▲2020년 1399억원 ▲2021년 1559억원 ▲2022년 1699억원 ▲2023년 1315억원에 달했다.


외부감사 과정에서 위조 서류를 제출하는 등 고의적 감사방해 정황도 확인됐다.


일양약품은 올해 초 2022·2023년 재무제표를 정정하며 두 법인을 연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2023년 기준 연결 매출은 3716억원에서 2667억원으로 28% 줄었고, 영업이익은 247억원에서 164억원으로 34% 감소했다.


◆ 상장폐지 여부 내달 6일 결정

한국거래소는 일양약품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사대상으로 지정했으며, 상장 유지 여부는 다음 달 6일까지 결정된다. 일양약품 주식은 지난 9월 10일부터 거래정지 상태다.

정유석 대표는 창업주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도언 회장의 장남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정 회장은 일양약품 지분 21.84%, 정 대표는 4.23%를 보유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2013년 정도언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김동연 단독대표 체제로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이후 2023년 정 대표가 공동대표로 합류하며 오너-전문경영인 '투톱 체제'를 이어왔지만, 이번 인사로 지배구조가 오너 일가 중심으로 완전히 회귀했다.

일양약품은 "회계투명성 제고 및 내부 감사장치를 강화해 추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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