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인천항 갑문 공사과정에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항만공사(IPA) 법인과 최준욱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는 지난 14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천항만공사 법인과 최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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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대법원] |
앞서 지난 2020년 6월 인천 중구 인천항 갑문 보수공사 과정에서 작업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조사 결과 사고 현장의 안전조치가 크게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 피해자는 안전모, 안전화, 안전그네, 안전대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안전대는 평소 길이가 1m(최대 1.8m까지 늘어날 수 있음)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고정할 부착설비가 없었다.
또 갑문 상부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피해자의 작업구간인 맨홀 위치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특히 중량물인 H빔을 취급하는 작업계획서가 없었고, 사고 발생 1주일 전 항만공사의 현장감독관이 윈치 프레임 설치를 목격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항만공사의 위험성평가표에도 이미 중량물 취급과 관련된 사고 위험이 지적돼 있었다.
이에 검찰은 항만 관리 등 사업을 하는 법인인 공사와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인 최 전 사장을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는지, 또는 지배·관리하는 지에 따라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을 구별한다.
따라서 1심 재판부는 항만공사를 사실상 책임이 있는 ‘도급인’의 신분으로 보고 최 전 사장과 함께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을 ‘공사를 지배·운영하면서 안전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사업주’로 규정하고 있는데, 건설공사 발주자인 공사는 도급인에 해당하지 않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이 불복해 이뤄진 상고심은 건설공사 발주자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볼 수 있는지, 발주자에게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죄를 물을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시공을 주도한 사업주가 산업안전법상 도급인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갑문 유지·보수가 인천항만공사의 주된 사업목적 중 하나이고, 전담부서까지 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이다”라며 “인천항만공사가 갑문보수공사의 설계와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했다”며 실질적인 공사 관리 주체임을 인정했다.
이어 “자본금 5조원의 공기업인 인천항만공사가 자본금 10억원, 근로자 10여명의 소규모 업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가진 도급인으로 해석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공공기관이 시공면허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전관리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향후 발주처의 안전관리 책임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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