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경영권 분쟁, 맞고발전 격화…소액주주들만 피해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6 15: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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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구 전 회장 조카 나원균 대표에 승계, 내홍의 시작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68년 전통의 중견제약사 동성제약이 경영권 분쟁이 맞고발전으로 번지며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의 아들인 이양구 전 회장(63)이 조카 나원균 대표(39)에게 경영권을 넘기며 3세 승계를 본격화했지만, 이는 오너 일가 내홍의 시작점이 됐다.

  

 동성제약 본사 전경 [사진=동성제약]

 

이 전 회장은 당초 "회사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자금 차입 성공을 조건으로 대표이사직을 조카에게 넘겨주었으나, 조카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성제약은 지난해 매출 884억원에 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 지분 매각과 기업회생, 경영권 방어전 격화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갈등이 결정적으로 불거진 것은 올해 4월이었다. 이 전 회장이 보유 중이던 동성제약 지분 14.12%(368만4838주)를 시가보다 14.8% 낮은 3256원에 브랜드리팩터링에 120억원을 받고 매각한 것이다. 

 

나 대표의 지분이 4.1%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는 경영권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는 거래였다.

다급해진 나원균 대표 측은 같은 해 5월 7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해석됐는데,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주요 경영 결정이 이사회가 아닌 관리인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법원은 6월 23일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나원균 대표와 제3자인 김인수씨를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했다.

동성제약은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무려 15차례에 걸쳐 총 60억원 규모의 부도를 냈다. 첫 부도는 1억348만원 규모의 전자어음 결제 미이행으로 발생했다.

◆ 맞고발전 돌입, 177억원 vs 9억5000만원
 

양측의 갈등은 이제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먼저 이양구 전 회장 측이 나원균 대표 등 경영진 3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이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30.6%에 달하는 177억원을 특수관계사에 선급금 형태로 횡령했다는 혐의다. 

 

특히 나 대표 취임 후 특수관계사에 약 180억원이 선급금으로 지급되었고, 이 중 35억원이 모친 운영 법인으로 넘어간 뒤 선물·옵션 거래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동성제약은 25일 이양구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맞고발했다. 

 

이 전 회장이 협력사인 오마샤리프화장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회사 자산을 제3자에게 헐값에 넘겨 9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특히 브랜드리팩터링과의 주식 매매계약 체결 과정에서 오마샤리프화장품 보유 동성제약 주식을 사전 결의나 적법한 절차 없이 무상 또는 저가로 양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브랜드리팩터링의 백서현 대표도 피고발인에 포함됐다. 백 대표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셀레스트라의 대표를 겸하고 있어, 동성제약과의 시너지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소액주주들만 피해, 9월 운명의 주총
 

동성제약은 9월 1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 해임안과 이 전 회장 측 이사 선임안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브랜드리팩터링이 10.59%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소액주주가 71%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선택이 경영권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어느 쪽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나 대표는 취임 후 실적 개선을 기대했지만 177억원 횡령 의혹을 받고 있고, 이 전 회장은 23년간 경영하며 5년 연속 적자(2018~2022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지분을 헐값에 매각한 것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3일 동성제약에 대해 2026년 5월13일까지 9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지만,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한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동성제약의 핵심 자산인 차세대 항암제 '포노젠'이 개인 사유화될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68년 전통 기업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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