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애경산업 인수로 'K뷰티' 신성장동력 확보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9-08 16: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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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의 대규모 M&A 추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HBN뉴스 = 홍세기 기자] 17년 만에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선 태광그룹이 애경산업을 품게 됐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규모는 4000억원대 후반으로 애경산업 시가총액(429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태광그룹 사옥 [사진=태광그룹]

 

◆ 태광-애경 빅딜 성사 확정

 

애경그룹은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매각 대상으로 내놓았으며, 삼정KPMG가 매각 주관을 맡았다. 태광 컨소시엄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는 양사 모두에게 윈-윈 구조로 평가된다. 애경그룹은 지주사 AK홀딩스의 총부채 4조원, 부채비율 328.7%라는 심각한 재무위기 상황에서 그룹 내 캐시카우인 애경산업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태광그룹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석유화학·섬유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 태광그룹의 전략적 선택 '탈석화 가속화'


태광그룹의 이번 인수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근본적인 사업구조 재편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7월 2026년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로드맵을 발표하며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등 신사업 진출 의지를 명확히 했다.

현재 태광산업의 유동자산은 2조7692억원에 달하며, 이 중 현금성 자산만 1조9445억원에 이른다.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8038억원까지 포함하면, 대규모 투자에 모자람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복귀 임박설과 함께 태광그룹의 본격적인 M&A 재가동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을 마지막으로 17년간 M&A를 중단했지만, 2022년 출소 후 향후 10년간 12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애경산업의 가치 'K뷰티' 성장 잠재력
 

애경산업은 1985년 설립된 화장품·생활용품 전문기업으로 2024년 매출 6791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브랜드로는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 생활용품 브랜드 '케라시스'와 '2080' 등이 있다.

특히 화장품 부문은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며, 이 중 70%가 해외 수출로 이뤄진다. 중국 시장에서 애경의 쿠션은 티몰 K뷰티 쿠션 판매량의 72.9%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루나 브랜드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24년 상반기 전년 대비 4배 성장을 달성했다.

◆ 시너지 효과와 성장 전망
 

태광그룹과 애경산업 간 시너지 효과는 다방면에서 기대된다. 첫째, 태광그룹의 화학·소재 사업과 애경산업의 화장품 제조가 만나 화장품 용기·패키징 소재 자체 공급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둘째, 태광그룹 계열사인 홈쇼핑과 애경산업의 뷰티 브랜드 간 라이브커머스 시너지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B2B 중심이던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B2C 시장으로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된 점이 핵심이다. 

 

태광그룹은 애경산업의 높은 중국 의존도(해외 수출의 80%)를 오히려 기회로 본다. 미국·유럽·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추진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K뷰티 시장 전망도 밝다. 2025년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은 55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미국이 중국에 이어 제2의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 수출은 최근 5년간 2배 이상 증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폴란드가 유럽권 국가 중 처음으로 수출 상위 10개국에 진입하는 등 수출 지역 다변화도 활발하다. 마스크팩은 142% 증가, 색조 립스틱은 42.9% 증가하는 등 제품별로도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 도전과제와 리스크 요인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애경산업은 최근 중국 시장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으며, 화장품 시장 점유율이 2% 내외로 과거 '빅3' 지위를 상실한 상태다. 2024년 상반기 애경산업은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또 태광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과거 10년간 오너리스크로 인한 정체기를 겪으며 신사업 투자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화장품이라는 전혀 다른 업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검증이 필요하다.

태광그룹의 애경산업 인수는 한국 화장품 산업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기존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신흥 인디 브랜드들이 성장하는 가운데, 태광이라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면서 업계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태광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본력이 애경산업의 K뷰티 브랜드와 결합한다면, 중국 의존도 탈피와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서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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