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은 사장, 차남은 미국법인 대표
[HBN뉴스 = 홍세기 기자] 화장품 ODM 전문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코스메카코리아가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피 이전상장 예비심사 미승인 통보를 받고 유가증권시장 입성이 좌절됐다.
창업주 부부의 각자대표 체제와 일가 지분율 40% 근접이라는 가족 중심 지배구조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며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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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카코리아 본사 전경 [사진=코스메카코리아]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메카코리아는 지난 2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지난 6월 30일 NH투자증권을 상장주선인으로 선정해 심사를 신청한 지 약 2개월 만의 결정이었다.
거래소는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 독립성 부족을 주된 사유로 제시했으며, 특히 창업주 부부가 동시에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구조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 부부 경영과 일가 지분 집중의 구조적 문제
조임래 회장과 박은희 부회장은 1999년 코스메카코리아를 공동 창립한 부부로, 현재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분 7.7%, 박 부회장은 25.2%를 보유하며, 두 사람의 자녀들이 총 6%를 소유해 특수관계인의 총 지분율이 38.9%에 달한다.
조 회장 부부 장남은 조현석 코스메카코리아 사장, 차남은 조현철 미국 법인 잉글우드랩 대표다.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사외이사 4명 중 2명이 조임래 대표와 성균관대 동문으로, 부진효 사외이사는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인데 조 대표가 해당 학과 출신이다. 조용복 사외이사는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출신 전관이고, 최수규 사외이사는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출신으로 고려대 학부 동문으로 연결된다.
더욱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박 부회장이, ESG위원회 위원을 조 회장이 담당하고 있어 가족경영 논란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업계 3위 기업의 코스피 진출 필요성
코스메카코리아는 국내 화장품 ODM 업계에서 코스맥스, 한국콜마에 이어 3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기준 총자산 3209억원, 자기자본 1963억원, 매출액 3286억원, 영업이익 444억원, 당기순이익 354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다. 3개년 성과 기준으로 2022년 말 대비 2024년 말 매출은 31.3% 증가, 영업이익은 482.2% 증가, 당기순이익은 794.4% 증가했다.
2025년 2분기에는 연결기준 매출 1617억원(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 영업이익 230억원(27.2% 증가)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미국 법인은 매출 575억원(25% 증가), 영업이익 101억원(133% 증가)으로 급성장했다. K-뷰티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인디 브랜드와의 수주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할랄 인증을 획득하는 등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업계 상위 2사인 코스맥스(2006년)와 한국콜마(2002년)는 이미 코스피 이전상장을 완료한 상태다. 코스메카코리아만 코스닥에 머물러 있어 기업 위상 제고와 글로벌 고객 신뢰 확보, 주요 지수 편입을 통한 기관 투자자 유치에 한계가 있었다.
◆ 이전상장 실패 후 주가 타격과 투자 심리 위축
코스피 이전상장 미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메카코리아 주가는 즉시 타격을 받았다.
지난 2일 전 거래일 대비 2200원(3.62%) 하락한 5만8600원에 장을 마치면서 코스피 이전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었음을 전했다.
다행히 이후 투자 심리 회복 기대감 속에 금일 9일 장중 6만 5600원(+9.15%)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한국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부부가 동시에 각자대표를 맡는 구조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했으나, 코스메카코리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스메카코리아 측은 조 회장이 연구개발(R&D)과 대외 업무에, 박 부회장이 내부 경영에 각각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역할 분담을 갑작스럽게 변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거래소는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가 폐쇄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전 상장을 허용치 않았다.
◆ 내실 경영 집중과 재도전을 위한 과제
코스메카코리아는 이번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이전상장 준비 과정에서 사외이사 선임위원회 구축, 지배구조 투명성 고도화,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외이사 수를 지난해 6월 말 1명에서 올해 6월 말 4명으로 늘리고 ESG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수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또 회사는 앞으로 이사회 독립성 강화, 경영 투명성 제고, 주주환원 확대, 중장기 성장 전략 실행을 통해 글로벌 ODM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R&D에 139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연간 투자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기술 투자를 확대했으며, 매출 대비 R&D 비중을 4.9%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조임래 회장은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온전히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경험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내실 경영을 통해 더 큰 성과와 신뢰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족 경영 투명성 문제 해결 없이는 코스피 재도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거래소가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실질적으로 수용하고, 창업주 일가의 지분 집중도를 낮추거나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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