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반복되는 태안화력 사망 비극', '죽음의 외주화' 지속 논란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6-04 15: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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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김용균 씨 끼임 사고 사망 이후 판박이 사고 또 발생
부실 안전관리 실태, 무책임한 하청구조 다시 도마 위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당시 이 발전소에서 근무하던 20대 청년 근르자였던 고(故) 김용균 씨 끼임 사고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이 개정되고 안전대책이 마련됐다고 했지만, 6년 만에 똑같은 비극이 반복됐다. 이로 인해 서부발전의 부실한 안전관리 실태 논란과 무책임한 하청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서부발전 노동자 사망사고 작업 현장에 국화꽃이 놓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 “2인 1조 원칙 무시, 또 혼자 일하다 죽었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인 김충현 씨(50)는 서부발전의 2차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 비정규직이었다. 그가 맡은 선반작업은 원칙적으로 2인 1조로 진행되어야 했으나, 사고 당시 그는 혼자였다.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동료가 곁에 없어 비상스위치조차 누를 수 없었다는 점에서, 과거 김용균 씨 사고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와 인권단체는 “2인 1조 원칙만 지켰어도 최소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사고 기기인 ‘NARA6020 범용 선반’은 비상정지장치와 풋브레이크가 장착된 설비로, 2인 1조 시스템이 적용됐다면 동료 작업자가 즉시 기계를 정지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2018년 사고 이후에도 현장 안전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하청업체에 대한 감독의무를 방기한 채 위험을 하부로 전가했다.

◆ “권고안은 휴지조각”...6년간 달라진 것 없는 현장
 

김용균 씨 사고 이후 구성된 ‘김용균특조위’는 발전소 하청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 안전인력 충원 등 22개 권고안을 제시했으나, 서부발전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핵심 권고사항인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경상정비 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오히려 2025년 태안화력발전소는 한전KPS에 정비인력 감축을 요구하며 안전공백을 더욱 심화시켰다.

특조위가 권고한 ‘중앙산업안전보건지원센터’ 설립 역시 형식적으로만 이뤄져 현장 안전감시 기능을 상실했다. 더욱이 서부발전은 2024년 환경부 녹색구매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는 등 표면적 성과에만 집중하며, 노동안전 분야에서는 여전히 ‘죽음의 외주화’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

◆ 책임 회피 시스템..."법원조차 죽음 용인"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이 하청노동자 안전에 직접 책임을 지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현실은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책임 전가가 일상화됐다.

 

2018년 김용균 씨 사건에서 원청인 서부발전 대표이사와 태안사업본부장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으며, 법적 책임 회피 시스템이 공식화됐다.

특히, 이번 사고 직후 한전KPS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전기생산에는 영향 없음”이라는 문구가 강조되며, 노동자 생명보다 설비 가동을 우선시하는 서부발전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하청노동자의 죽음이 원청 기업의 경영효율화 전략 아래 시스템화되고 있다”며 구조적 폭력을 규탄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서부발전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하청구조 개편을 통한 정규직 전환 안전인력 의무화 등을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2025년 사고 현장에서는 김용균 특조위가 제시한 22개 권고안 중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이행됐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서부발전의 태만이 치명적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서부발전 측은 "자세한 사고 경위는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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