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조짐, 사회적 대비 필요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사람’ 중심의 전통적 성장 공식을 뒤로 하고, AI·클라우드 등 인공지능 기반 신사업 중심으로 경영 체질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
저수익 사업 정리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미래 성장동력인 AI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 투입된다. 통신업계가 인간과 인공지능의 힘겨루기, 그 거대한 변화의 최전선에 선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무선 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신규 가입자 확대는 한계에 봉착했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등 주요 수익성 지표도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통신 3사는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SKT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 성장 둔화 사업에서 철수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 등 비핵심 계열사 3곳을 매각할 예정이다. KT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부동산 자산 유동화, 계열사 정리로 연간 3000억 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실적 부진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며, 신임 대표 체제 아래 AI 신사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람’ 줄이고 ‘AI’ 키운다…생존을 넘어 혁신으로
이 같은 구조조정은 단기적 비용 절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확보한 자원은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SKT는 AI 데이터센터(AIDC)와 구독형 GPU 서비스(GPUaaS) 등 세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글로벌 AI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블랙웰’ 도입을 공식화하며 연산 효율성 강화에 나섰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5년간 2조4000억 원을 AI와 클라우드 사업에 투입한다. 기업 대상 AI 콘택트센터(AICC) 등 B2B 시장에서의 수익화에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28년까지 연간 4000억~5000억 원을 AI 개발에 투자한다. 데이터센터와 AI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축 등으로 B2B·B2C 시장 모두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 중이다.
◆ “AI가 일자리 위협”…이미 시작된 변화
이 같은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통신사들이 단순 통신사업자에서 기술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AI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신사업은 단순히 ‘미래 먹거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
이미 국내 전체 일자리 13%가 AI의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AI 도입이 본격화되면 중간 수준의 사무·서비스직 일자리가 줄고, 전문직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업연구원은 327만 개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관리·금융·정보통신 등 고숙련 전문직의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는 “AI 등 신사업 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기존 저수익 사업 정리와 조직 슬림화는 단기적 비용 절감뿐 아니라 장기적 경쟁력 확보의 필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AI 확산이 불러올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비도 필요하다. AI 도입이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줄이지는 않았지만, 직무 구조와 인력 수요의 변화, 그리고 교육·복지 등 사회안전망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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