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채권비율, 역대 최저 0.38% 기록…코로나 지원 ‘착시’

송현섭 / 기사승인 : 2022-12-07 14: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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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원 따른 착시 인정 불구 자금수요 많은 연말 대책은 충당금 적립뿐

[하비엔=송현섭 기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9월 말 기준 0.3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와 달리 정부와 금융당국의 개입에 따른 ‘착시현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7일 ‘2022년 9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 잠정치’를 통해 국내 은행의 9월 말 부실채권 비율이 0.38%로, 지난 2분기 말보다 0.03%P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3%P 떨어진 수치다.
 

▲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와 비율 변동추이. [자료=금융감독원]

 

9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은 9조7000억원으로, 지난 분기 말보다 6000억원(5.5%) 줄었다.

금감원은 일단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신용손실을 감당하는 대손충당금 잔액이 꾸준히 증가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코로나19 관련 정부와 금융당국의 금융지원 유도와 함께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개입정책에 따른 효과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고려하면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양호한 경영실적을 내온 은행들 입장에서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었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금융시장 개입에 따른 지표 왜곡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내외 악재를 감안하면 향후 은행들의 손실이 늘어날 여지가 많은데, 여수신 금리 인하 요구나 저신용 대출 특혜 등 시장 매커니즘에서 벗어난 과도한 당국의 개입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며 “진짜 충당금을 집행해야 하는 시점이 언제 올지 두렵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역시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지표의 착시 가능성을 인정하고,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신용손실 확대를 예상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은행들의 기업여신 신규 부실 규모는 1조8000억원, 가계여신의 경우 6000억원이다. 이는 6월 말보다 각각 1000억원씩 증가한 것이다.

부문별로는 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이 0.5%로, 3개월 전인 6월 말보다 0.06%P 하락했고, 가계여신은 0.17%로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채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0.83%로, 전 분기인 6월 말 대비 0.04%P 떨어졌다.

은행들은 3분기에만 3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정리했고, 이는 전 분기보다 20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따라서 9월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23.9%에 달해 전 분기 말보다는 18.3%P,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67.2%P 각각 올랐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2020년 말 0.65%에서 2021년 0.5%로 하락했고, 올해 들어 3월 말 0.45%, 6월 말 0.41%에 이어 9월 말 0.38%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 대손충당금 적립률의 경우 2020년 말 138.3%에서 지난해 165.9%를 기록한 뒤 올해 들어 지난 3월 말 181.6%, 6월 말 205.6%에 이어 9월 말 223.9%까지 갈수록 급등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은행들이 대내외 경제충격을 견디고 건전성을 유지해 본연의 자금공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손실흡수 능력의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은행권 대손충당금 적립 내역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연말결산에서 충분히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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