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작업중지...중대재해법 위반 조사 착수
[HBN뉴스 = 홍세기 기자] 경북 포항 남구 대송면에 위치한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깔려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2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1시 38분께 동국제강 포항공장 자재창고에서 하청업체 소속 A씨(47세)가 작업 중 후진하던 트레일러와 충돌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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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럼타워. [사진=동국제강] |
포항남부소방서에 따르면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의료지도의 판단에 따라 심폐소생술이 유보됐다. 사고는 오후 2시 11분께 경찰에 인계됐다.
경찰은 트레일러가 후진하던 과정에서 작업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트레일러 운전기사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관리 체계에 대해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사고 직후 해당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포항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와 산재예방지도과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을 적용 대상으로 하며,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 동국제강 산재 이력과 안전관리 논란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는 과거에도 산업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2022년 3월에는 같은 포항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이모씨(당시 39세)가 천장 크레인 보수작업 중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는 크레인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되면서 발생했으며, 현장에는 신호수와 원청 안전관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강업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재해율은 2022년 0.62%(16명), 2023년 0.64%(16명), 2024년 0.71%(18명)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재해자는 직영에서 11명, 협력사에서 7명이 발생했다. 철강 5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중 재해율 기준으로는 동국제강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약 6년(2020년~2025년 3월) 간 철강 4사의 산업재해 신청은 총 1413건으로, 2020년 152건에서 2024년 346건으로 128% 급증했다. 이 중 동국제강의 산재 신청은 19건(승인 건수 기준)으로 집계됐다.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논란과 '솜방망이 처벌' 비판
2022년 발생한 동국제강 포항공장 크레인 사고의 경우, 검찰이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은 동국제강 대표이사 2명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의록에 안전조치 사항이 논의된 점을 불기소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동국제강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모두 이행했다"는 검찰의 판단이 현장 실태와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당시 현장에는 신호수와 원청 안전관리자가 없었으며, 작업자들은 무전기도 받지 못했고, 하청업체 작업계획서에는 크레인 전원 차단 항목이 아예 누락되어 있었다.
지난 11월 1심 재판부는 원하청 관계자 5명에게 징역 6~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동국홀딩스(구 동국제강) 법인에는 벌금 1500만원, 하청업체 법인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전조치 규정을 지켰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유족과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안전관리 체계 강화 노력에도 반복되는 사고
동국제강은 2022년부터 안전보건경영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김연극 사장이 주관하는 위험차단시스템(I.L.S.) TF를 구성해 각 사업장별로 운영되던 시스템을 전사 기준으로 통합·고도화하고 있으며, 협력사 안전보건 경영 강화를 위해 전 협력사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 MS)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환경·안전보건·에너지 분야의 국제 표준 인증(ISO 14001·45001·50001)을 전사 통합 인증으로 획득했다. 스마트 안전 시스템 도입을 통해 이동형 CCTV를 확대 운영하고, IoT 기반 센서와 AI 영상분석으로 실시간 안전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하면서 안전관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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