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총수 일가 배임 의혹' 전자 서명 발견 논란, 사측 "대주주 확인, 결재와 무관"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9 16: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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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N뉴스 = 홍세기 기자] 호반그룹 계열사의 주요 결재 문건 수십여 개에서 김상열 회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전자 서명을 발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스타파는 지난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회장에 대한 면죄부의 근거로 제시한 품의서에서 영어 알파벳 S 또는 한글 자음 'ㅅ(시옷)'을 형상화한 전자 서명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과 김대헌 사장 부자. [사진=연합뉴스]

 


이 전자 서명은 대표이사나 부회장이 최종 승인한 문서에 날인됐으며, 보안등급을 구분한 칸이 없음에도 전자 서명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호반그룹 측은 전자 서명의 주인이 김 회장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반그룹 측은 "김 회장이 최대 주주로서 주요 사안에 대해 확인한 것이며, 결재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의 전자 서명이 공식적인 결재 프로세스가 아닌 주주로서 정보 공유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공정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도 "택지 명의 변경, 택지 수주 업무 등 개발 사업 관련 최종 의사결정은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가 하고 김상열(회장)은 사후 보고 정도만 받았다"며 "이미 사업이 완료된 후에 보고를 받는 것이기에 업무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뉴스타파 측은 여러 문서를 검토한 결과 김 회장의 전자 서명이 대부분 대표이사 등이 결재한 당일 입력됐고, 전자문서 결재시스템에는 분명한 '승인' 절차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이에 호반그룹 관계자는 "해당 보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보였다. 

◆ '벌떼입찰'로 공공택지 확보...2세 회사에 대규모 양도
 

이번 전자 서명 발견은 2023년 8월 참여연대가 김상열 회장과 그의 두 아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과 관련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23년 6월 호반건설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삼성웰스토리(2349억원), SPC그룹(647억원)에 이어 부당 지원 과징금 중 역대 3번째 규모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호반건설은 2013년 말부터 2015년까지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에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가시키는 이른 바 '벌떼입찰'을 통해 많은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호반건설은 이 과정에서 김상열 회장의 두 아들이 소유한 19개 회사가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1조5753억원의 신청금을 414회에 걸쳐 무상으로 대여했다.​

또한 호반건설은 계열사와 비계열사를 동원해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 매매계약의 매수자 지위를 장남 김대헌 기획총괄사장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김민성 전무 소유의 호반산업 등에 대규모로 양도했다.​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발생한 분양매출은 5조8575억원, 분양이익은 1조3587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모두 2세 회사로 귀속됐다.​

이 밖에도 호반건설은 2세 회사가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PF대출 총 2조6393억원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2세 회사들은 자체 신용으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웠으나 호반건설의 지급보증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 10년간 치밀하게 진행된 경영권 승계
 

김상열 회장의 장남 김대헌 사장으로 경영권 승계는 10년에 걸쳐 치밀하게 진행됐다.​

2003년 12월 분양대행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오토가 설립됐으며, 2008년 자본금 5억원인 비오토의 감사보고서에 당시 대학교 2학년 나이인 21살의 김대헌 부사장이 지분율 100%를 가진 최대주주로 처음 등장했다.​

비오토는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했으며 호반비오토, 호반건설주택, ㈜호반으로 수차례 사명을 변경했다.​

특히 김 회장이 장남 후계 승계를 위해 설립한 비오토건설의 순자산은 2003년 4900만원에서 2017년 말 2조3190억원으로 급증했다.​

종국에는 2018년 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반건설과 합병해 김대헌 사장이 호반건설 지분 54.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비오토를 만든지 정확히 10년 만이었다.​

합병 당시 31세였던 김 사장은 증여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3조원대 자산의 호반건설을 차지했다.​

◆ 과징금 일부 취소 판결...검찰 수사는 표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한 호반건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25년 3월 27일 과징금 608억원 중 365억원을 취소하고 243억원만 납부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공택지 전매 행위와 입찰신청금 무상대여 행위 등 2건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취소했으나, 무상 지급보증과 건설공사 이관 등은 부당지원으로 인정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2023년 8월 김상열 회장과 장남 김대헌, 차남 김민성 및 호반건설 이사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와 상법 제622조 제1항 위반(이사 기타 임원 등의 특별배임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가 5년에 불과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의 공소시효는 배임으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최장 15년이다.​

참여연대는 고발 이유에 대해 "호반건설의 벌떼입찰과 업무상 배임 등은 단순히 부당한 입찰이나 공공택지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넘어 그 이익을 회장의 자녀들에게 귀속시키고 회사에는 이익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지급보증 등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경제범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김 회장 일가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 사건을 2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일부 행위는 이미 공소시효가 임박하거나 도과한 상태다. 참여연대는 올해 4월 성명을 내고 "검찰은 더 이상 침묵하거나 시간을 끌지 말고, 호반건설 총수일가의 조직적 배임 혐의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신속한 공소제기로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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