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紙說] 흔들리는 세상일수록, 부처님 앞에 마음을 바로 세워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9-27 11:32:32
-세상이 진실을 외면하더라도 불자는 끝까지 진실을 선택해야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붙드는 마음이 수행

 추석의 긴 연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리웠던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고, 조상의 묘를 찾아 감사의 마음을 올리며, 함께 음식을 나누었던 시간도 이제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번 가을에는 명절의 풍요로움만 마음에 담고 돌아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누구를 믿으며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을 들녘에는 잘 익은 곡식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많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사람의 마음도 깊어질수록 겸손해져야 합니다. 세상에서 얻은 지식과 재물, 명예가 아무리 많아도 마음에 자비가 없고 진실이 없다면 그 풍요로움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고,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기도 하며, 진심을 다했음에도 오히려 의심을 받는 일도 있습니다. 말은 넘쳐나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먼저 내 마음을 부처님 앞에 세워야 합니다. '법구경'은 모든 악을 짓지 않고 선을 행하며 자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일깨웁니다.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먼저 바른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수행의 시작입니다. 믿음이 무너지는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진실입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진실해야 합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불자의 믿음이며,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삶으로 옮기는 길입니다.

 

소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말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려고 애쓰기 전에 상대의 아픔을 먼저 들어주십시오. 내 주장을 관철하기 전에 상대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헤아려 보십시오. 때로는 한마디 덜 하는 것이 자비이고, 먼저 사과하는 것이 수행이며, 억울한 순간에도 분노를 삼키는 것이 지혜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낮춘다고 해서 내가 작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을 낮출 때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습니다.

 

우리 불자들이 세상에서 보여주어야 할 모습도 바로 그러해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손을 내밀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곁을 내어주며, 잘못을 했을 때는 변명하기보다 참회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고난이 찾아왔다고 믿음을 내려놓지 마십시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가장 힘든 순간에 우리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평온할 때의 신심보다 고통 속에서 지켜내는 한 생각의 믿음이 더욱 귀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고통이 없는 삶을 약속하신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바라보는 지혜와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힘든 사람이 있다면 조금만 더 견디십시오.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부처님의 이름을 한 번 더 마음속에 불러보십시오. 사람에게 실망한 사람이 있다면 나 자신만큼은 진실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곁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십시오. 불자의 자비는 마음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행동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추석의 달빛은 이미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가 마음에 밝힌 자비의 등불까지 꺼져서는 안 됩니다. 명절에만 가족을 생각하고, 특별한 날에만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살아내야 합니다.

 

오늘 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오늘 한 번 더 참고, 오늘 한 번 더 용서하고, 오늘 한 번 더 진실을 선택하십시오. 그 작은 실천이 모여 우리의 삶을 바꾸고, 한 사람의 삶이 바뀌면 가정이 달라지고, 가정이 달라지면 세상 또한 조금씩 달라집니다.

 

가을의 곡식이 오랜 비바람을 견뎌 마침내 열매를 맺듯, 우리도 삶의 고난을 지나 더욱 단단한 믿음과 깊은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불자에서 머물지 말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살아가는 불자가 됩시다. 진실 앞에서는 당당하되 사람 앞에서는 겸손하고, 믿음은 굳게 지키되 다른 이의 마음에는 자비를 베푸십시오. 고난 앞에서도 품위를 잃지 말고, 세상이 어두울수록 먼저 작은 등불 하나를 밝히십시오.

 

그리면서 우리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우리의 손길 하나가 희망이 되며, 우리의 삶 자체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는 법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가을의 마지막 길목에서 우리 모두 마음을 다시 세웁시다. 흔들려도 다시 일어서고, 상처받아도 자비를 잃지 않으며, 세상이 진실을 외면하더라도 끝까지 진실을 지키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불자입니다. 

 

오늘도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지혜와 자비를 가슴 깊이 새기며,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정성껏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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