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 잇따른 중대재해..K-조선 '후진국형 안전관리' 굴욕 논란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7 12: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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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 또 사망, 안전조치 미비·관리감독 소홀·책임 회피까지
원·하청 노조 참여 안전관리 시스템, 정부 강력 감독, CEO 처벌 절실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HD현대삼호에서 최근 발생한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국내 조선업계의 ‘후진국형’ 안전관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달 17일 전남 영암군 HD현대삼호 조선소에서 선박 블록 내부 작업 중이던 40대 하청노동자 A씨가 개구부(맨홀)로 추락해 치료를 받다 21일 사망했다. 

 

  HD현대삼호 조선소 [사진=HD현대삼호]

 

이 사고는 작업장 내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비와 관리감독 소홀, 그리고 사고 이후 책임 회피 구설에 휘말리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반복되는 ‘예방 가능한’ 사망사고


사고 당시 손 씨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했지만, 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의장설치 작업을 하다 약 2.5m 아래로 추락했다. 

 

현장에는 개구부를 막아야 할 덮개가 규격에 맞지 않아 완전히 고정되지 않았고, 누구든 실수로 밟으면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개구부에는 규격에 맞는 덮개를 설치하고 고정해야 하며, 안전관리자가 이를 확인해야 하지만 이런 기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사고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철저히 예방 가능했던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후진국형’ 중대재해로 지적되는 이유다. 

 

실제로 HD현대삼호에서는 지난해에도 하청 잠수사가 안전조치 없이 작업하다 사망하는 등,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해왔다.

◆ 사고 이후 미흡한 대응과 책임 회피 논란


사고 직후 HD현대삼호 측은 사고 원인을 재해자의 건강상태 등으로 돌리거나, 추락사고가 아닌 ‘쓰러진 사고’라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도 분노를 사고 있는 지점이다.

 

유족과 금속노조는 “회사가 사고 인정과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사측은 유족과의 합의 끝에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하며 장례가 치러졌다.

◆ 구조적 안전관리 부실...‘K-조선 민낯’


전문가와 노동계는 HD현대삼호의 잇따른 사망사고가 단순 현장 실수나 개인 부주의가 아니라, 다단계 하청 구조와 생산제일주의, 기본 안전수칙 미이행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후진국형’ 재해임을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임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2인 1조 작업 미준수, 안전장치 미비, 관리감독 소홀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고로 HD현대삼호 경영진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노동계 “근본적 변화 없으면 비극 반복”


금속노조 등 노동계는 “HD현대삼호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는 안전보다 생산을 우선시하는 현장 문화와, 하청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에서 비롯된 후진국형 참사다”라며 “원·하청 노조가 참여하는 실질적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과, 정부의 강력한 관리감독, 최고경영자 처벌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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