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박정수 기자] 태광그룹이 그룹 내 잇따른 비리사건에 사전 대응하기 위해 감사실장을 새롭게 영입했지만, 해당 임원이 과거 뇌물을 받고 구속됐던 전직 경찰 간부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지난 4월 임직원들의 비리 근절과 경영 쇄신을 위해 전직 경찰 간부 출신 A씨를 감사실장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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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 본사. [사진=연합뉴스] |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광역수사대 등을 거친 A씨는 그러나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수사대에서 수사를 맡았던 ‘한전·한전KDN 수주 비리 사건’과 관련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납품업체로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 배임수재 등)로 한전·한전KDN·한수원의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입건해 7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납품편의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배임증재)로 B씨 등 납품업자 2명과 IT업체 C 대표, A씨를 함께 기소했다.
이후 A씨는 한전과 한전KDN으로부터 공사 수주청탁을 한 B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태광그룹은 올해 4월 직원들의 공정한 업무처리와 정당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불공정·비위행위에 대한 징계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경제·기업 범죄수사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을 영입해 감사 역량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내부감사 강화를 위해 A씨를 비롯해 검찰·경찰·금감원 등에서 경제·기업 관련 조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이처럼 그룹 쇄신과 임직원 비리 근절 등을 위해 자체 감사 역량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를 관리·감독하는 수장에 비리 전력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A씨를 영입한 점은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이와 관련 태광그룹 측은 A씨 영입 배경에 대해 현재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그동안 오너리스크 등 각종 사건사고로 논란을 일으켜 이를 쇄신한다고 공표했지만, 정작 사내 감사를 비리 경력이 있는 전직 경찰에 맡긴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며 “그룹의 쇄신 의지가 있는 지 진정성이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지난 5월 계열사를 통해 수 십억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태광CC를 통해 계열사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회사자금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 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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