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1420원대 급등
[HBN뉴스 = 이필선 기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개월 연속 증가하며 4200억 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동시에 원·달러 환율이 역외 시장에서 1420원대까지 치솟는 등 ‘이중 신호’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 안정과 불안, 두 흐름이 교차하는 가운데, 대외 금융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지는 양상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20억 2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57억 달러 이상 늘었다. 5월 말 4046억 달러로 떨어진 뒤 6~9월 내내 증가세를 이어오며 넉 달 연속 상승했다. 한은은 운용수익 개선과 분기말 외화예수금 증가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방어와 대외 지급 능력의 핵심 버퍼로, 시장에서는 “한은이 대외충격에 대응할 여력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GDP 대비 비중이 일본·대만보다 낮고, 최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요구와 통화스와프 지연 이슈를 고려하면, 양적 회복이 곧 안심 요인은 아니라는 지적도 공존한다.
반면 추석 연휴 동안 국내 시장이 닫힌 사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21원대까지 치솟았다.
연휴 직전 종가(1,407.0원)보다 14원 이상 올랐고, 8일에도 1423원대에서 움직였다. 관세 협상이 장기화되고 미국의 선불 투자 요구가 지속되면서, 원화 약세 심리가 강화된 영향이다. 최근 엔화 약세(엔·달러 152.69엔) 또한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
이번 외환보유액 증가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지만, 동시에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외환시장의 내외 균형이 여전히 불안정함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방어력과 불안 요인이 공존하는 과도기적 구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의 증가는 확실히 긍정적인 신호지만,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시장은 ‘완충력보다 불안요인’을 먼저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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