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절차적 정의와 투명성... 카지노 정책의 근본을 묻다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제주 드림타워 복합카지노 확장·이전 과정에서 실시된 왜곡된 도민 여론조사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이런 가운데 하비엔뉴스 취재 결과 시민단체 제주참여환경연대가 드림타워 카지노 허가 이전 절차의 무효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업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LT카지노 관계자 A씨와 제주 공기업 관계자 B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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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드림타워 복합카지노 [사진=롯데관광개발] |
사건의 핵심은 2021년 드림타워 카지노 이전을 둘러싼 도민 의견수렴 설문조사 과정이다. 당시 롯데관광개발은 기존 중문관광단지 내 LT카지노를 제주시 드림타워로 이전하기 위해 ‘카지노 산업 영향평가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갤럽에 의뢰해 1대 1 길거리 대면조사와 소규모 주민설명회 방식으로 도민 의견수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기업 직원이 드림타워 카지노에 우호적인 특정 단체를 동원해 여론을 왜곡한 뒤, 이를 영향평가서에 포함시켜 제주도에 제출한 정황이 시민단체 제주참여환경연대(이하 환경연대)에 의해 포착됐다. 환경연대는 이에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경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수사팀은 이 설문조사 결과가 영향평가서에 반영돼 심의위원회에서 ‘적합’ 판정을 받는 데 사용된 점도 확인했다.
재판부는 “공정한 여론조사 업무를 방해했다”며 관련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고,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됐다.
카지노산업영향평가는 총 1000점 만점으로, 지역사회 영향 500점, 지역사회 기여 300점, 도민 의견수렴 200점으로 구성된다. ‘적합’ 판정을 받으려면 800점 이상이 필요하다. 드림타워 카지노는 도민 의견수렴 항목에서 138점을 포함, 총 857.7점을 받아 적합 판정을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작된 설문조사와 정상적인 결과 간 점수 차이는 4점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정상적으로 나왔을 점수는 134점으로, 총점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며, 왜곡된 설문조사가 전체 평가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봤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영업허가 취소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해당 직원이 몸담은 공기업 역시 “공식 업무와 무관한 개인 활동”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환경연대는 하비에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왜곡 등 절차적 문제가 법원에서 일부 인정됐음에도 대법원이 “영향평가가 카지노 허가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환경연대는 “드림타워 카지노 허가를 앞두고 만들어진 새로운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졌던 설문조사 과정이 왜곡됐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며, 이 절차 진행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연대는 대법원 판결이 ‘영향평가가 허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 낸 부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공기업 직원이 드림타워 카지노에 우호적인 명단을 제공한 것이 드림타워 카지노 허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인데, 사실상 영향평가 외에 별도의 근거가 없었다. 영향평가가 유일한 근거였다면, 그 외 다른 근거가 있다면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이 절차적 문제를 일부 인정했기에, 행정적·도의적 책임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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