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담지설(誌說)] “자비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것이 희망입니다” [기고]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5-13 22: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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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이 꺼진 그 자리에서 자비를 다시 피우십시오.
마음속에 작은 연꽃 하나를 피우며 살아가십시오.

부처님오신날이 지나고, 연등은 하나둘 꺼졌습니다.

 

법당의 분향로는 여전히 향기를 내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다시 바쁜 일상으로 흘러가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회 법담 종정

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자 여러분,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번다한 현실이 아니라 그 안에서 꺼지지 않는 ‘마음의 등불’입니다.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설하십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어디에도 머무르지 말고 그 마음을 내라.”

 

욕망에 붙잡히지 않고, 두려움에 갇히지 않으며, 자비의 마음을 꺼내라는 말씀입니다.

요즘 세상은 혼란스럽습니다.

불신이 팽배하고, 분노가 앞서며, 약한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불자의 길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자비는 시대를 거스르지 않고 시대를 건너는 힘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 일, 나보다 약한 존재를 돌보는 일,

그 작고도 묵묵한 실천이야말로 어지러운 세상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유마경』에서는 병든 세상을 치유할 유일한 길이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크고 빠른 변화가 아니라,

하루하루, 내 마음 하나를 정갈히 닦고 이웃에게 자비를 건네는 삶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평생을 걸어 다니시며 고통 받는 중생과 눈을 맞추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 "그대는 본래 부처다"라고 일깨우셨습니다.

그 길 위에 우리도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불자 여러분,

지금 이 순간, 마음속에 다시 묻습니다.

“나는 지금 자비로운가?” “나는 지금 깨어 있는가?”

 

자비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힘든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내 가족의 피곤한 하루를 이해하려 애쓰는 것,

그리고 나의 말과 행동 하나로 누군가가 상처 받지 않도록 마음을 돌이키는 것입니다.

그 작고도 꾸준한 실천이 바로 불자가 이 세상에 선물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법문입니다.

 

『법구경』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며, 마음이 청정하면 말과 행동도 청정해진다.”

세상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내 마음의 등불이 꺼지지 않으면

그 등불은 언젠가 또 다른 어둠 속을 밝히는 빛이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고,

우리는 그 고통을 보듬을 수 있는 눈과 손을 부처님께 물려받았습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은 이 땅에 오셔서 깨달음을 전하셨고,

이제는 우리가 그 뜻을 이어가야 할 시간입니다.”

연등이 꺼진 그 자리에서 자비를 다시 피우십시오.

마음속에 작은 연꽃 하나를 피우며 살아가십시오.

그것이 곧,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길이며,

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서원이 될 것입니다.

 

법담은 오늘, 부처님이 머물다 가신 자리에 서서

다시 여러분께 간절히 전합니다.

 

“자비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시대에 품을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입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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