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나를 적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꾸고 있는 것일지도
불자 여러분,
장마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구름은 쉬이 걷히지 않고, 하늘은 때론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는 단지 물리적인 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도 ‘마음의 장마’가 찾아오곤 하지요.
하반기를 앞둔 지금, 상반기의 부족함에 대한 후회, 채우지 못한 계획과 무거운 책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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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
우리의 번뇌도 이와 같아, 마음에 자비와 지혜의 등불을 켜면
두려움도 걱정도 서서히 그 빛 앞에서 힘을 잃고 물러나기 마련입니다.
지금 내리는 비는, 대지를 정화하고 숨겨진 뿌리를 기르는 법입니다. 불자된 우리가 이 비를 맞으며 배워야 할 가르침은 바로 ‘겸허’와 ‘기다림’, 그리고 ‘내려놓음’입니다.
기다릴 줄 아는 마음에는 조급함이 사라지고, 내려놓을 줄 아는 마음에는 진정한 여유가 깃듭니다.
여름은 곧 태양의 계절이라 하지만, 태양은 비를 거쳐야 더욱 찬란하게 떠오릅니다. 우리의 삶 또한 고난을 거쳐야 비로소 연꽃처럼 피어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마음속 근심도, 세속의 번뇌도 결국에는 모두 지나갑니다. 오늘의 슬픔도 내일의 희망 앞에서는 그림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호국보훈의 달 마지막 주를 보내며, 우리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과 먼저 떠난 영가들을 되새기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땅, 이 삶은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우리 마음을 다잡는 일은 단지 과거를 추모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지혜롭고 자비롭게 살아가는 출발점이 됩니다.
이에 오는 7월 6일, 부산 보각사에서는 “천만 영가 위령 천도제 대법석”이 봉행됩니다. 이는 단순한 의례가 아닙니다. 한 많은 넋들의 해탈을 발원하고, 산 자의 삶에도 복덕과 평안을 기원하는 자비행의 극치라 할 수 있습니다.
천도는 곧 나를 비우고 타인을 채우는 일입니다.
산 자와 망자가 함께 복을 짓는 자리에서 우리는 자신의 업장을 녹이고, 마음의 비를 맑은 법우로 바꾸게 됩니다.
이 천도제를 맞아,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 자비심으로 기도하고, 살아 있음의 인연을 더욱 깊이 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금강경》의 한 구절을 다시 되새기며, 이 설법을 마무리합니다.
“일체 유위법은 꿈과 같고 이슬 같으며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그와 같이 관할지니라.”
비가 내리듯, 슬픔도 오고 또 지나갑니다.
비는 나를 적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도 부디, 여러분의 마음 그늘에도 작은 햇살 한 줄기 비추기를, 그리고 천도의 공덕이 그대 삶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법담, 저는 부처님 전에 발원합니다. ⊙[법담지설(誌說)]
나무아미타불
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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