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지원 놓고 한화·DL 갈등 증폭
중국 공세에 소진된 국내업계 체력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메카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가 사실상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공동대주주인 한화와 DL이 해법을 놓고 엇갈리는 사이, 한국 산업의 ‘심장’ 하나가 멈춰 서는 것. 이 사건은 양사의 갈등을 넘어,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과 범용 제품 중심 구조가 얽힌 한국 석유화학의 ‘장기 쇠퇴’가 가시화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지난 6월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게 총 3000억원 규모의 증자 혹은 자금 대여를 요청했다. 여천NCC는 이달 8일부터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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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업단지 야경 [사진=여수시] |
한화솔루션은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대한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이 문제를 놓고 DL케미칼과 DL그룹의 지주사인 DL㈜도 금긴급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내부 분위기상 의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천NCC 사태의 핵심은 ‘에틸렌 거래 불신’이다. DL은 한화가 전체 생산물량의 70%를 할인 조건으로 가져가 연간 수백억 원의 원가 절감 혜택을 보고 있다며 가격·물량 배분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비용 우위’도, ‘수요 확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에 갇혔다는 점이다.
중국의 초대형 일체화 단지와 중동 증설 물량이 범용 제품 가격을 장기 압박하는 가운데, 한국의 나프타 기반 NCC는 원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여수 등 국내 석유화학 단지의 다수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은 업계 체력이 광범위하게 소진됐음을 방증한다.
DL은 3월 이미 1000억 원을 지원한 만큼 추가 지원 전 경영정상화와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극적인 타협을 통해 여천NCC를 구해도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산업의 생존을 위한 구조개편·집적화·탄소전환 인센티브 등 굵직한 처방 없이는 시간을 벌기조차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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