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부 유심 교체 지침까지, 소비자 신뢰 회복 기구 요구
[HBN뉴스 = 이동훈 기자] KT의 대규모 해킹 및 전산 장애에 따른 보상 절차가 온라인 위주로 설계되면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사실상 보상 사각지대에 내몰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이 보안 리스크에 대응해 자체적인 유심 교체 지침까지 마련한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KT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며 독립적인 소비자 신뢰 회복 기구 설치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27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현행 KT의 보상 체계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심 교체, 보상 신청, 번호이동 과정 전반에서 노령층의 불편이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KT의 해킹 사고 이후 이어진 보안 불안과도 맞물려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공군 컴퓨터침해사고대응반(CERT)은 KT 해킹 사태 발생 후 'KT 해킹 사고 관련 대응방법 전파'라는 제목의 내부 공지를 통해 KT 가입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파악하라고 안내했다.
해당 문건에는 불법 펨토셀을 활용한 소액결제 피해와 KT 서버 악성코드 감염 사실,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 정황이 포함됐다.
개인정보 유출 조회 대상은 KT 모바일 요금제 사용자 전원으로, 알뜰폰 이용자도 조회할 것을 당부했다.
장병과 간부 개인의 휴대전화는 대부분 민간 통신사 망에 의존한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 소액결제 악용, 불법 펨토셀 활용 가능성은 개인 피해를 넘어 군 구성원 식별·추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에선 KT 가입자의 유심 교체 계획을 공지하기도 했다. 군 내부에서도 KT 이용자가 적지 않은 만큼, 보안 리스크를 조기에 낮추기 위한 차원에서 구체적인 절차까지 공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군 내부에서까지 보안 리스크를 전제로 한 자체적 대응이 이뤄지면서, 통신사의 사후 조치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외부의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올해 초 번호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전산 오류다. 당시 일부 이용자들은 KT에서 타 통신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개통 지연이나 중단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 같은 KT의 대응 방식이 경쟁사 사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고도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고객신뢰위원회’를 설치해 보안 점검과 소비자 보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KT에는 소비자 신뢰 회복을 전담하는 독립적 기구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소비자신뢰회복위원회 설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보상 문제로 보기보다, 통신사의 소비자 보호 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통신 서비스는 공공성이 강한 만큼,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별도의 보호 기준 마련 여부가 기업 신뢰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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