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SS 수주전 '안개'…기술력은 훈장·점유율은 부담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SDI가 글로벌 전기차(EV) 동맹의 균열과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정책 변화라는 안팎의 도전에 직면했다. 그간 고수해온 프리미엄 전략이 시장의 물량 경쟁 및 정책 변수와 충돌하면서, 기업의 중장기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할 전략적 분기점에 섰다는 분석이다.
최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삼성SDI와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JV) 지분 정리 및 철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으나, 글로벌 EV 시장의 수요 정체(캐즘) 속에서 파트너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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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가 인터배리리2025에 참여한 모습. [사진=삼성SDI] |
업계에서는 이를 삼성SDI 북미 전략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길 경우, 삼성SDI는 수조 원 규모의 투자비와 향후 공장 가동률 리스크를 단독으로 짊어져야 한다.
이는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고객사에 집중해온 결과, 보급형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상황에서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진 결과라는 지적이 따른다. 실제로 삼성SDI의 지난해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약 1조 7200억 원에 달해, 물량 확보 측면에서 고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V 시장의 돌파구로 낙점한 ESS 부문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 1차 정부 ESS 수주전에서 삼성SDI는 76%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며 기술력을 입증했으나, 현재는 이 성과가 오히려 정책적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한국전력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약 1조 원 규모의 2차 수주전 결과가 설 연휴 직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입찰은 1차 때와 달리 가격 비중을 낮추고 비가격(시장 안배 및 국내 생산 여부 등) 평가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특정 기업의 ‘독식 구조’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라인을 구축 중이며, SK온 역시 서산공장 일부를 LFP 라인으로 전환해 대응에 나섰다.
반면 삼성SDI는 한국동서발전과의 공동 개발 및 투자로 맞불을 놓는 한편, 상향된 ‘안전성 평가’ 배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데이터센터 등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화재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낮은 LFP 배터리 채택 비중을 늘리는 배경이다.
다행히 삼성SDI는 삼원계 배터리를 고집하기보다 ESS용 LFP 각형 배터리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삼성SDI가 차세대 주력으로 삼는 LFP 각형 배터리는 견고한 알루미늄 케이스를 사용하여 안정성, 긴 수명, 높은 공간 효율성을 제공한다.
증권가 및 배터리 업계에서는 현 상황을 지난 수년간 이어온 삼성SDI식 전략의 누적된 결과물로 해석한다. 프리미엄 전략은 안정기에는 장점이 되지만, 정책 인센티브와 물량 확보가 핵심인 전환기에는 성장 타이밍을 놓치는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ESS 수주전 결과는 단순한 실적을 넘어 삼성SDI의 전략 수정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기술 자부심을 넘어선 유연한 시장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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