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현대자동차가 과거 불법파견 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의 사망 후 70대 노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소송수계 신청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24일 정치관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3일 "고인의 모친에 대한 소를 취하해 종결할 예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쏟아진 강한 비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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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앞서 현대차는 지난 19일 부산고법과 울산지법에 '소송 수계 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례 없는 반인권적 행위"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정치권 연합 규탄과 사회적 압박
현대차의 소 취하 방침 발표 직전인 2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의원들이 시민단체 '손잡고'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현대차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이것이 과연 2025년 대한민국의 모습인지 묻고 싶다"며 "소송 중 사망한 노동자의 가족에게 소송 수계 신청을 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병덕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손해배상이라는 탈을 썼지만 본질은 보복"이라며 "우리에게 맞서면 죽어서도 책임져라라는 협박"이라고 규탄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것은 단순한 소송이 아니다. 경제적 폭력, 노동탄압의 진화된 얼굴"이라며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을 살펴보면, 고인이 된 A씨는 지난 2003년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으며, 2010년 11월과 2013년 7월 불법파견 철폐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참여했다.
당시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총 2시간가량 멈춘 데 대해 현대차는 A씨를 포함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12년간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끝에 2022년 10월 대법원에서 승소하여 현대차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나, 올해 1월 사망했다.
현대차가 송씨 등 6명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액 원금은 6062만원이었으나, 지연이자가 더해져 현재 2억3795만원으로 불어났다. 만약 법원에서 손해액이 모두 인정될 경우 송씨의 75세 노모가 갚아야 할 배상액은 1억77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이 2023년 6월 "불법 쟁의행위로 생산 차질이 발생했더라도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파기환송한 상태로, 부산고법과 울산지법에서 손해액을 재산정하기 위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흥미롭게도 불법파견으로 3000만원의 벌금을 물었던 현대차가 피해자인 노동자들에게는 수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 현대차 "소송 마무리 위한 절차상 신청, 유창 청구 계획 전혀 없다"
이에 대해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소송수계라는 것은 일반적인 민사 소송 절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송도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소송 수계가 단순 절차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니다. 로봇의 입에서도 이런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류 부위원장은 "불법행위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다가 피해자가 사망하자 유가족에게 소송을 승계해서 책임 묻는 것은 AI로봇도 못할 짓이라고 결론낼 것이 분명하다"며 "현대차가 인간이길 포기하면 국민들은 당신들의 제품을 포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손해배상 소송이 유지되기 위해 소송수계 신청이 불가피했다"며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른 시일 내에 소를 취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송을 마무리하기 위한 절차상 신청이었을 뿐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노조법 2·3조 개정 논의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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