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은 재난의 현장에 먼저 간다”… 불자가 실천해야 할 보살행의 의미
'폭우와 고난 속에서도 지혜의 등불을 밝히라'
“전국 곳곳에서 비로 인한 참혹한 피해와 고통이 이어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고, 깊은 불심으로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를 발원합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하늘이 울고 있습니다. 2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라 합니다.
![]() |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
남부지방과 수도권 곳곳이 비에 잠겼고,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경남 산청에서는 극한의 비바람 속에 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지에서도 주택이 침수되고, 도로는 유실되며, 산사태와 붕괴의 위협이 여전히 우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하늘이 물을 퍼붓는 것 같은 참극입니다.
누군가는 하늘을 원망하고, 누군가는 울부짖으며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절망의 순간, 우리는 어디에서 위안을 얻고, 어디에서 다시 힘을 얻어야 할까요? 바로 이럴 때,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오직 무상(無常)만이 있을 뿐,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이 무상함을 깨달은 이는, 모든 재난과 고통 속에서도 끝내 마음을 붙들 수 있습니다.
비록 재산과 집이 떠내려가고, 삶의 터전이 무너졌을지라도,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거두면,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숫타니파타'에도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물이 마른 강바닥도, 비가 오면 다시 흐르고, 고통의 자리에 지혜의 물이 흐르면, 그대의 마음도 다시 일어선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비에 잠겼다 해도, 우리의 마음에 지혜의 물길이 흐른다면, 다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위대한 가르침입니다.
사랑하는 도반 여러분, 어찌 고통이 없는 삶이 있겠습니까?
고통은 삶의 일부이며, 고통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특히 지금 같은 자연재해와 재난의 때, 우리 불자들은 더욱더 ‘연기(緣起)’의 진리를 떠올려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사라지므로 저것이 사라진다.” 모든 일은 인연 따라 일어나고, 인연 따라 사라집니다. 지금의 비도, 지금의 고난도 결국은 지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가 곧 우리의 다음 생, 다음 삶의 밑거름이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단지 ‘비 피해 복구’나 ‘생존’의 차원을 넘어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이웃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여기고, 그 아픔에 귀 기울이며, 돕고 나누고 베푸는 것이 불자가 세상에 전해야 할 첫 번째 실천입니다.
“남의 고통을 보고도 외면하면, 그 마음은 이미 가뭄에 말라버린 강바닥과 같다.”
불자 여러분, 우리가 가진 것이 많아서 돕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자비가 있어야만 손을 내밀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자비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유마경'에서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보살은 재난이 있는 곳에 먼저 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자들이 먼저 피해 지역에 찾아가, 복구의 손길을 보태고, 기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 그 자체가 곧 보살행입니다.
불자는 단지 불전을 돌며 기도하는 사람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고통의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이 진정한 불자이며, 보살의 삶입니다.
불자 여러분, 우리의 조상들은 늘 자연 앞에 겸손했습니다. 비록 하늘을 원망할 때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사이의 조화를 기원했습니다. 지금 이 땅도, 하늘도, 그리고 우리 인간의 삶도 그 조화가 깨어졌음을 반성해야 할 때입니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인간의 탐욕이 기후의 변화를 불러왔고, 그 탐욕이 오늘의 재난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닌지 깊이 참회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참회문’의 진정한 정신입니다.
“저희의 무지와 탐욕으로 인해, 세상이 고통 받고 있음을 참회합니다. 부처님, 저희에게 지혜와 자비를 더하여 다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게 하소서.”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이번 비 피해를 겪으며, 다시 한번 “한 생명, 한 터전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새깁시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비 피해로 고통 받는 이들의 안녕과 복덕을 기원하며, 떠나간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합시다. 또한 이 땅의 모든 중생이 다시 평온을 되찾기를, 자연의 조화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끝으로 이 말씀을 드립니다. “자연의 비는 멈출 날이 있겠지만, 우리 마음의 자비의 비는 그치지 않아야 한다.” 부디, 오늘의 고통 속에서도 부처님의 등불을 마음에 품고, 자비와 지혜로 이 여름을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합장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저작권자ⓒ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