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이필선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학교급식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도내 99개 학교에 439억원을 들여 진행 중인 ‘청정한 급식조리실 환경 조성사업’이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해당 사업을 둘러싸고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폐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15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논란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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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실 모습. [사진=경기도교육청] |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전국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이하 노조)는 지난 2022년 12월1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폐암 의심 비율은 국내 35살 이상 65살 미만 여성의 폐암 발생률과 비교하면 약 35배나 된다”며 “이들은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 질소화합물 등 발암물질이 폐와 혈액에 침투해 체내 세포와 장기를 파괴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청정한 급식조리실 환경 조성을 위해 올해 439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내 99개 학교에 전국 최초로 ‘경기 형 환기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청정한 급식조리실 환경 조성 대상 학교를 선정했고, 지난 겨울방학 기간에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기도교육청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용역발주부터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인 공무직 노조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등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측은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및 최종보고회 개최 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위원 6명을 참석 대상에 포함했다”며 “중간보고회와 최종보고회에 각각 4~5명이 참석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환기 모델 자체가 한국산업전보건공단의 가이드 및 기준과 달리 조리종사원의 호흡영역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며 “8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 용역 발주도 예산의 중복 집행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단체급식시설에 관한 지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예산의 중복 집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형 환기 모델 기준 마련이 필요해 용역을 추진했다”며 “급식 종사자가 청정한 조리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기존 환기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며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재되지 않은 특정업체의 제어시스템과 공기정화장치를 추가한 것이 드러났다. 공개입찰을 통하지 않고 ‘특정계약’을 유도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경기형 환기 모델은 메뉴얼에 따라 급기와 배기송풍기에는 송풍량을 제어할 수 있는 인버터를 설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제어시스템과 공기정화장치가 이미 조달청에 규격이 명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특정업체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지적이다 .
경기형 환기 모델에 대해 보건환경 전문가는 “(조리종사원의 호흡영역을 통과하는 방식) 문제가 생기면 공사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의 예산 편성도 도마에 올랐다.
노조 측의 주장을 보면, 특정업체를 염두하다 보니 그에 맞게 예산을 편성했던 것 아냐는 것이다. 439억원의 예산을 들여 경기도 내 99개 교에 전국 최초의 ‘경기형 환기 모델’을 구축한다는 자체가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용인과 김포 소재 2개 학교에서 시범사업이 끝나기도 전에 경기도교육청이 용역발표회를 진행한 것도 의문을 자아낸다.
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졸속으로 사업이 진행돼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임태희 교육감은 경기형 환기 모델을 원칙에 의해 재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급식 종사자들과 학생, 교직원 등을 물론 지역 주민들이 폐암 걱정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지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장한별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수원4)은 지난해 11월 “다른 지자체에서도 환기시설 개선과 관련해 계속 문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무리한 추진으로 도내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토를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학교급식보건과가 사업의 주체인 만큼 공사부터 사후관리까지 운영에 대해 일선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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