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회계부정 사태, 오너 가문의 '도덕적 해이' 부른 위기 논란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2 14:18:57
  • -
  • +
  • 인쇄
단순한 회계 실수 넘어 기업 지배구조 근간 흔들

[HBN뉴스 = 홍세기 기자] 증권선물위원회가 일양약품의 회계처리 위반 혐의를 검찰에 통보하면서 회계부정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회계 실수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낸다.


1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증선위는 일양약품에 대해 과징금 부과, 3년 간 감사인 지정, 공동 대표이사 2인 및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와 6개월 직무정지, 검찰 통보 등의 조치를 내렸다. 과징금 규모는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일양약품 본사 전경 [사진=일양약품]

 

일양약품의 회계부정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10년간 지속됐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 현지법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를 연결대상에 부당하게 포함시킨 것이다.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는 1997년 일양약품이 중국 통화시와 설립한 합자회사로, 피로회복제 '원비디'를 생산·판매하는 핵심 수익원이었다. 

 

일양약품의 지분율이 45.9%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다며 연결재무제표에 포함시켜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한 것.


과대계상 규모는 2014년 637억원에서 시작해 2022년 1699억원까지 증가했으며, 2023년에도 1315억원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부감사 과정에서 위조 서류를 제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한 사실까지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일양약품의 취약한 지배구조에 있다. 1946년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이 설립한 일양약품은 현재 2대 사주 정도언 회장(77세)이 21.38%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2013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3세 경영 승계 과정에서 나타난 지배구조의 공백이 문제를 키웠다. 장남 정유석 공동대표이사(49세)는 지분 4.23%만 보유한 채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법인을 통한 실적 부풀리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일양약품 사태는 제약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최근 서울제약, 씨젠 등 여러 기업에서 회계처리 위반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는 개발비 회계처리, 매출 인식 기준 등에서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제약바이오 업종의 개발비 회계처리 적정성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 일양약품 사태는 당국의 강화된 감시 체계가 실제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거래소는 일양약품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10월 2일까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심의 대상으로 결정되면 매매거래정지가 지속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최근 거래소는 부적격 기업의 시장 퇴출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일양약품의 상장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회계투명성 제고와 내부감사장치를 강화해 추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양약품 사태는 한국 제약업계 전체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중국 제약시장이 연평균 16% 성장하며 2028년 세계 3위 혁신 신약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제약업계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