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빗썸-호주 거래소 오더북 공유 특금법 위반 의혹 조사 왜?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9-24 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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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대상 스텔라 익스체인지는 소규모 플랫폼
FIU, 법 위반 여부 조사 위해 이재원 대표 소환

[HBN뉴스 = 홍세기 기자]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이 호주 가상자산거래소 스텔라와 시작한 오더북 공유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이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22일 테더(USDT) 마켓을 새롭게 출시하며 호주 가상자산거래소 스텔라 익스체인지와 오더북 공유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빗썸 사무실 내부 모습. [사진=빗썸]

 

오더북 공유는 서로 다른 거래소가 매수·매도 주문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거래를 성립시키는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와 거래량 확대 효과가 있다.


빗썸은 "글로벌 10위권 거래소와 호가창을 공유해 국내 최대 수준의 유동성을 제공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제휴 대상인 스텔라 익스체인지는 코인마켓캡이나 코인게코 등 주요 데이터 플랫폼에조차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플랫폼으로 드러났다. 

 

스텔라는 글로벌 거래소 빙엑스(BingX)의 자회사로 알려져 있으며, 빗썸이 모회사인 빙엑스의 순위(코인마켓캡 기준 13위)를 끌어와 투자자를 오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사 착수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빗썸의 오더북 공유 과정에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이재원 빗썸 대표를 소환했다. 

 

금융당국이 강경한 조치에 나선 것은 고객 정보 유출과 자금세탁 방지 절차 미흡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행 특금법은 오더북 공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엄격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허용 조건은 관련 가상자산사업자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가·허가·등록·신고 등을 거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고, 한 사업자의 고객과 거래한 다른 사업자 고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빗썸이 스텔라와 오더북을 공유하려면 호주 정부가 발행한 스텔라 인허가 증표 사본과 빗썸의 스텔라 고객 정보 확인 절차, 방법 등을 FIU에 제출해야 한다.

 

빗썸 측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필요 서류를 제출했다고 주장하지만, 당국은 관련 절차 이행이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

◆ 과거 사례와 정책 기조
 

국내에서는 과거 후오비코리아(글로벌 후오비), 바이낸스KR(바이낸스 글로벌), 업비트(비트렉스) 등이 오더북을 공유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거래량 확대 효과는 있었지만 2021년 특금법 시행과 맞물리며 결국 오더북 공유를 중단했다.

후오비코리아는 특금법 준수를 위해 2021년 12월 본사와의 오더북 공유를 중단하고, 자체 가상자산인 후오비토큰(HT)까지 상장폐지하며 본사 의존도를 낮췄다. 에이프로빗도 비트파이넥스와의 오더북 공유를 종료했으며, 바이낸스KR과 오케이코인코리아는 아예 국내 사업을 철수했다.

FIU가 이번 사안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차단이라는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FIU는 최근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27개 명단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신고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이들과의 거래 중단을 지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 업비트와 치열한 점유율 경쟁
 

빗썸의 공격적인 USDT 마켓 출범은 업비트와의 점유율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빗썸은 올해 들어 다양한 신규 코인 상장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렸으며, 특히 월드코인(WLD) 상장으로 업비트와의 격차를 5%포인트까지 좁히기도 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빗썸 국내 원화마켓 점유율은 37.13%로 집계됐으며, 업비트는 60.85%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두 거래소 간 격차는 과거보다 상당부분 좁혀졌다. 업비트도 이에 대응해 9월 한 달간 15개의 신규 코인을 상장하는 등 상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빗썸의 USDT 마켓 출범 당일 업비트는 트론 네트워크 기반 USDT 출금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는데, 이는 빗썸으로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방어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 향후 전망과 제재 가능성
 

특히 FIU는 올해 들어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에 신규 고객의 가상자산 이전 금지 3개월 처분을 내리고, 델리오에는 영업정지 3개월과 과태료 19억원을 부과하는 등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어 빗썸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빗썸이 특금법 조건을 맞추려면 스텔라의 고객 정보와 주문·체결 정보를 모두 수집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단기간 요건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사 결과 절차가 부족했다고 인정되면 빗썸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 수도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HBN뉴스에 "따로 입장을 낼 것이 없다".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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