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리스크 흔들림 없다" 삼성중공업, 초격차 기술로 정면 돌파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0 09: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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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조 규모 계약 해지에 손해배상 청구…"정당한 조치"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집중…글로벌 수주 전략 탄력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맞서 삼성중공업이 4조8500억 원 규모의 선박 계약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상황 속에서도, 삼성중공업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전략과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워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대규모의 선박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해지금액은 쇄빙 LNG선 10척 2조8072억원, 셔틀탱커 7척은 2조453억 규모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공개되지 않는다. 

 


즈베즈다는 지난해 6월 삼성중공업에 일방적으로 해당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선수금 반환을 주장했다. 즈베즈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미국 등의 제재 대상에 오르며 선박 건조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같은 해 7월 싱가폴 중재 법원에 즈베즈다의 계약 해지 위법성을 확인하는 중재를 신청하고 원만하게 합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계약 이행 및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증대했다”며 “당사 권리 보호를 위해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청구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과 즈베즈다 분쟁에 대한 시장 반응은 양갈래로 나뉜다.

KB증권은 삼성중공업의 2분기 실적이 4조8천억원 규모의 러시아 프로젝트 계약 해지 등으로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내렸다.

정동익 연구원은 “이번 계약 해지로 삼성중공업의 매출 기준 수주잔고는 30조1천억원에서 25조3천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올해 조선·해양 부문 신규 수주 목표인 98억달러 대비 달성률도 26.5%로 더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7천90억원, 1천507억원으로 모두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에 따른 중장기 수익성 전망에는 일부 부담이 있을 수 있으나, 이미 저가 수주를 대부분 정리한 상황에서 실적 흐름이 급격히 꺾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이중 악재 속에서도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을 통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5년 4월 기준, 총 18척, 약 3.7조 원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번 수주에는 LNG 운반선, 에탄 운반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종이 포함돼 있으며, 특히 셔틀탱커 9척을 1.94조 원 규모로 단일 계약한 것이 눈에 띈다.

해당 선박은 오세아니아 선주로부터 수주했으며 2028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셔틀탱커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의 57%를 점유하며 절대 강자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진다. 초대형 에탄올 운반선 3척(7422억 원)을 포함해 전체 수주의 86%가 암모니아, LNG, 에탄올 등 친환경 선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에서도 친환경·고효율 기술을 접목한 선박 수요가 증가하며 수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다. 미국 아모지(AmoJi)와의 협력을 통해 암모니아 연료전지 파워팩을 개발 중이며, 해상·육상용 암모니아 저장, 크래킹, 발전 솔루션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4척에 대한 수주 잔고도 확보하며 업계 리더로의 입지를 강화했다.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 기술도 고도화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심해용(MFL-O) 및 연안용(MFL-N) FLNG 표준모델을 개발해 미국, 영국, 노르웨이 선급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이 모델은 표준화와 설계 유연성을 갖춰 납기 단축 및 경제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LNG 액화공정의 국산화를 통해 전력소비를 약 13% 절감하는 성과도 이뤄내며 기술 자립에 한 걸음 다가섰다.

스마트 및 탄소저감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세이버 윈드캡(SAVER Wind-Cap)’과 ‘세이버 에어(SAVER Air)’를 활용한 공기저항 및 공기윤활 저감 기술, 자율운항, 축발전, 탄소포집(CCS)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선박의 상용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3년 R&D에만 약 832억 원을 투자했으며 스마트 제조, AI, 자동화 공정 등을 포함한 미래형 조선소 구축 전략도 추진 중이다.

2025년에는 수주 98억 달러, 매출 10.5조 원, 영업이익 6,300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친환경 기술 및 스마트 조선 역량을 토대로 글로벌 해운시장의 에너지 전환 흐름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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