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물비는 피할 수 없다 해도, 내 마음속 장마는 가히 조절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마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려 강과 논이 불어나고, 남부와 제주도에도 빗방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자연의 순환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 이 비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스며들어 근심이 되고, 가슴 한켠을 무겁게 만드는 법입니다.
불자 여러분,
세간의 물비는 피할 수 없다 해도, 내 마음속 장마는 가히 조절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는 비와 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나니, 그는 욕망과 분노의 바다를 건넌 이로다.”
이는 단순히 자연 앞에 담대하라는 의미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내면에 일어나는 번뇌의 비, 걱정의 먹구름도 정진과 수행으로 다스릴 수 있음을 일깨우는 가르침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눈에 보이는 폭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물난리를 더 자주 겪습니다.
삶의 무게가 마음을 짓누르고, 가족의 갈등과 건강의 불안, 경제적 어려움이 쉴 새 없이 밀려오지요.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가장 위대한 승리는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떠한 시련이 앞을 가로막더라도 우리는 부처님 법에 귀의 함으로써, 그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내면의 햇살을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장마철의 비가 땅을 적시고, 결국엔 곡식을 살찌우듯 지금 우리가 겪는 슬픔과 고통도 다음 계절의 지혜와 자비로 이어질 씨앗이 됩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시기를 지나는 모든 불자님들께 간곡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이 비를 탓하지 마십시오. 비는 탓할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야 할 인연입니다.
삶의 고난 역시 피할 것이 아니라, 마주해야 할 공부입니다.
비 오는 날 사찰의 마당을 거닐다 보면,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걷는 신도님들의 발걸음이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속도를 늦추면, 비조차 따뜻한 법 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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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법담 종정 스님은 22일 현재 다수의 신도들과 함께 미얀마 사찰을 방문중에 있다. 스님과 일행은 1983년 10월 9일 버마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現 미얀마)을 방문 중이었던 전두환 제12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암살을 기도한 북한의 폭탄 테러 사건에서 공식 수행원 및 보도진 17명이 희생되어 지금도 그 아픔의 희생자들이 고스란히 검은돌에 영롱히 새겨진 검은돌의 추모의 벽이 남아 있는 아웅산국립묘지,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에 참배하고있다, |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당신의 마음속에도 어쩌면 긴 장마가 머물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언제나 구름 뒤에는 햇살이 기다리고 있고, 어두운 마음 뒤에는 자비의 빛이 숨 쉬고 있습니다.
《법화경》에는 “모든 중생은 본래 부처의 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설 합니다.
그러니 지금 힘들고 외롭더라도, 당신의 마음 안에 이미 자비와 깨달음의 씨앗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이 계절, 부디 건강하시고,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도 무탈함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장마의 비가 단비가 되어, 우리 모두를 더욱 견고한 신 심으로 이끌어주시기를 부처님 전에 간절히 발원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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